대놓고 멋을 부려 ‘허세 로커’로 불리는 정준영은 ‘록의 겉멋에만 취해 있다’는 시선도 있지만 “그래도 로커는 허세가 좀 있어야 한다”며 특유의 반항아 기질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제공|CJ E&M
18세때 너바나·건즈 앤 로지즈 보고 반해
실제 4차원 성격?…방송서 보는 그대로다
예능,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묘한 매력
“로커는 처음부터 끝까지 멋있어야 해요!”
한껏 세운 가죽재킷의 옷깃, 정돈하지 않은 듯 헝클어진 헤어스타일, 목에 잔뜩 힘을 줘서 만들어내는 저음. 대놓고 멋을 낸 그를 두고 팬들은 ‘허세 로커’라 부른다.
지난해 방송한 케이블채널 엠넷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4’에서 3위를 차지한 정준영이 1년 만에 데뷔싱글 ‘병이에요’를 발표하고 프로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방송당시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정준영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건, 특유의 허세기질이었다. 기타 없이는 록을 부르지 않고, 꿈은 “로커가 아닌 록스타”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보면 그의 ‘허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1일 내놓은 데뷔 싱글도 록 음악에 대한 정준영의 남다른 열정이 담겼다. 자칫 그를 두고 ‘록 음악의 겉멋에만 취해있다’고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지만, 정준영은 신경 쓰지 않는다.
“록 음악은 모든 게 멋있다. 그 느낌을 아니까 좋아하는 거다. 록은 약간의 허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멋있는 로커가 되고 싶다.”
정준영은 18세 때 너바나와 건즈 앤 로지즈의 무대를 보고 록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때 그는 이들의 영상을 보면서 “저건 무조건 내꺼!”라고 외쳤단다.
록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데뷔시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멋있는 록’에 공을 들이다 보니 ‘슈퍼스타K4’ 동기인 로이킴과 딕펑스 보다 데뷔가 한참 늦어졌다.
“록 음악을 고르다보니까 대중성이 필요했다. 내 목소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멜로디를 찾느라 시간이 걸렸다. 더 늦게 앨범을 발표하면 했지, 조급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았다. 그 만큼 완벽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선곡부터 앨범 재킷의 작은 글씨체 하나까지도 신경 썼다”는 그의 어깨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듯했다. 말 그대로 ‘허세 작렬’이다.
“굉장히 뿌듯하다. 그동안 방송에 나가면 ‘슈퍼스타K4’에서 불렀던 ‘먼지가 되어’ ‘매일 매일 기다려’ 등만 불렀다. 이제는 어디 가서 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거다. 그 기분을 말로 설명하기란…. 하하!”
정준영은 가수로 데뷔하기도 전에 예능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MBC 라디오 ‘친한 친구’ 진행을 맡았고,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KBS 2TV ‘날 보러와요’, 엠넷 ‘정준영의 비스투피드’ 등에 출연해 ‘4차원 매력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그는 방송에서 보이는 그대로다. 어디로 뛸지 모르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이 방송을 보고 ‘딱 너다’라고 하더라. 방송에서는 비속어만 쓰지 않을 뿐이지, 똑같다.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비속어는 많이 줄었다. 평소에는 진지할 때도 있지만 어디로 날뛸지 모르는 그런 때가 더 많다. 하나에 집중하면 중독자가 될 정도로 심각하게 좋아하고. 하하하.”
정준영은 게임 중독자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공개됐듯 그는 ‘암실 게이머’다.
“주위에서 점점 마른다고, 다크서클이 짙어졌다고 걱정하는데, 게임 때문이다. 스무 살 때였나, 두 달 간 PC방에서 살았다. 잘하니까 자부심이 생긴 거다. ‘슈퍼스타K4’에 출연하고 나서 얼굴이 알려졌는데 주위의 사람들이 ‘정준영이다’라고 알아봐주는 것보다 게임 잘하는 걸로 인정해줄 때가 더 기뻤다.”
예능프로그램이나 게임은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게 하고, 집중력도 향상시켜주는 “오묘한 매력”이 있지만, 그래도 그에게 1순위는 록 음악이다.
“노래하는 3분 동안 엉뚱하거나 웃긴 제 모습은 절대 생각나지 않게 할 자신이 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