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기쁨은 한순간…난 더 냉정하고 침착해졌다 첫 더블 자신있다”

입력 2013-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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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2연패를 달성하며 명장 반열에 오른 포항 황선홍 감독은 이제 정규리그 정상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19일 전북과의 FA컵 결승에서 승리한 뒤 주먹을 쥐어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는 황 감독. 전주|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FA컵 2연패 포항 황선홍감독

끝이 아니다…낮은 자세로 배우고 공부
늘 위기다…극복하는 것이 감독의 소임
스틸타카? 아직 부족…계속 보완할 것


포항 스틸러스는 올 시즌 FA컵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실리와 명예를 모두 챙겼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4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손에 넣었고, 통산 4번째 우승과 함께 역대 FA컵 최다 우승(1996, 2008, 2012, 2013)의 영광도 안았다. 특히 황선홍(45) 감독은 진정한 명장 대열에 올라섰다. 작년 FA컵을 제패하며 프로 지도자 데뷔 첫 정상에 선 그는 올해도 우승을 차지해 토너먼트 최강자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2년 연속 FA컵 정상에 선 지도자는 전남 드래곤즈의 2006, 2007년 우승을 이끈 허정무 감독(현 축구협회 부회장)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황 감독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정규리그도 남았다. “지도자 입장에서 가장 기쁜 순간은 승리 이후 찾아오는 찰나의 행복이 전부다. 곧장 다음 경기, 다른 스케줄을 준비해야 한다”던 황 감독과 21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내일을 그린다


-FA컵 2연패로 토너먼트 최강자가 됐다.

“끝은 아니다.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배워야 한다. 낮추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 부족함이 많다. 선수들, 스태프와 함께 항상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다른 욕심도 있을 것 같다.

“많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은 감독 입장에서 정말 도전하고 싶다. 나와 팀에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공부한다.”


-정규리그까지 첫 2관왕 도전인데.

“리그 제패를 위해 올해 FA컵을 품에 안고 싶었다.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부분과 동기부여를 강조하고 싶다. 포항에는 충분한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많고, 자신감도 가득하다. 좋은 결과를 예상하고 있다.”

황 감독에게 FA컵은 각별했다.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 시절이던 2010년 준우승에 그친 뒤 작년과 올해 내리 정상에 섰다. 아픔과 기쁨의 눈물을 흘린 그는 올해는 울지 않았다.


● 황선홍은 변했다


-올해 우승이 무덤덤했다고 하던데.

“기쁨은 한 순간이다. 하루가 지나면 잊혀진다. 바로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솔직히 무덤덤하기보다 워낙 마음을 편히 먹어서 그랬다. 훈련을 충분히 소화해준 선수들을 믿었다. 결과 못지않게 힘든 과정을 극복한 팀이 대견했다.”


-작년 FA컵 우승 때 ‘조급함을 버렸다’고 했는데.

“내가 급해지면 팀은 더 급해진다. 이는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친다. 냉정해지면 세밀한 부분까지 보이더라. 경기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심리 상태까지 체크하게 됐다. 이를 적재적소에 반영해 효과를 본다.”


-6년 전 초짜 시절과 지금의 황선홍은 어떻게 다른지.

“여러 가지를 경험하다보니 확실히 선수와 지도자는 달랐다. 팀에 맞는 색채를 찾고 좋은 방향을 찾아가다보니 예전보다 더 냉정하고 침착해진 날 보게 됐다. 어디서든 팀 스타일과 방향을 빨리 찾고, 시행하는 게 중요한데 포항에서 이 기간이 짧았다.”

황 감독은 부산 시절의 아쉬움이 보다 탄탄해진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계획대로 잘 이뤄지는지, 이 방향이 옳은지 거듭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6년이 훌쩍 흘러갔다.


● 합리적인 지도자


-올 시즌 포항이 최대 위기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위기는 항상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감독의 소임이다. 어려울수록 준비하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잘 나갈 때도 언젠가 추락할 타이밍이라는 평가는) 나와 팀의 몫이다. 우리 스스로가 이겨내야 했다. 그리고 잘 됐다.”


-포항의 ‘스틸타카(스틸러스와 스페인식 티키타카 합성어)’는 어느 정도인가?

“어릴 적부터 오랜 시간 발을 맞춘 선수들의 호흡이 좋아서인지 우리의 패스 연결은 아주 매끄러운 편이다. 일단 패스가 자유롭고 편해지면 창의적인 공수 전개가 가능해진다.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패스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선수들 간 일부 편차도 있는데다 실점을 먼저 한 뒤의 패스 성공률이 현격히 떨어지는 걸 보면 여전히 보완할 게 많다.”


-어떤 지도자가 목표인지.

“잘못된 걸 계속 반복한다면 발전할 수 없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축구에 조금이나마 맞춰가기 위해선 더욱 연구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능력과 성향을 파악해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것 역시 감독의 역할이다. 선수들만 멀티자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감독도 필요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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