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영, 팀 한번 잘못 선택했다가…

입력 2013-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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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영표의 후계자로 꼽혔던 퀸즈파크레인저스의 왼쪽 풀백 윤석영. 그러나 소속 팀에서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스포츠동아DB

QPR ‘이적불가’ 방침 철회…겨울 이적 가능성

올라가는 건 어렵지만 추락은 한 순간이다. 윤석영(23·퀸즈파크레인저스)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 때 한국 축구의 떠오르는 샛별이던 그는 이제 ‘잊혀진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소속 팀에서도, 국가대표팀에서도 윤석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아예 존재감이 없다. 대체 그는 어디에 있을까. 또 미래는 어떻게 풀릴까.


● 이영표 은퇴에 더 안타까운 윤석영

최근 국내 축구계 빅(Big) 뉴스는 한국 축구의 왼쪽 측면을 굳게 책임져온 이영표(36·밴쿠버 화이트캡스)의 현역 은퇴였다. 한 시대를 풍미한 베테랑 수비수와의 작별은 아쉬울 따름이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한국 3위)을 끝으로 이영표가 박지성(PSV아인트호벤)과 함께 태극마크를 반납했을 때 당시 대표팀 조광래 전 감독은 “박지성의 공백도 크지만 더 심각한 건 이영표가 사라진 왼쪽 수비”라고 했다.

이 때 윤석영이 아쉬움을 채워줬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의 입지는 ‘언터처블(건드릴 수 없는)’에 가까웠다. 대표팀 측면 수비의 핵이었다. 홍명보호의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위업에도 단단히 일조했다.

시련의 시작은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을 유럽행이었다. 일찍이 호펜하임(독일)-토트넘 (잉글랜드) 등의 관심을 받던 그는 올해 1월 전남 드래곤즈를 떠나 QPR(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향했다. 전남이 책정한 바이아웃(70만 달러·7억5000만원)의 두 배에 달하는 80만 파운드(13억5000만원·추정)의 이적료에 QPR 유니폼을 입었다.

이는 패착이었다. 악몽의 출발이었다. 출전 기회는 아예 없었고, QPR은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됐다. 윤석영에게는 또 다른 선택권이 있었다. QPR에 앞서 풀럼이 먼저 러브 콜을 보냈고, 영입 의지도 강했기에 뼈아팠다.

2013∼2014시즌도 처지는 똑같다. 윤석영은 3차례 경기(리그 컵 2회, 정규리그 1회)에 투입됐을 뿐이다. 그것도 9월부터 호출이 끊겼다. 유럽축구 여름이적시장 때 볼턴이 오퍼를 던졌으나 같은 ‘승격 경쟁자’ QPR의 거절로 협상조차 없었다. 유일하게 기댈 구석이었던 풀럼은 이미 한 번 뜻을 저버린 윤석영에 관심도 없었다.

요즘 QPR은 지난 시즌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가장 유력한 승격 후보다. 그에 반해 윤석영은 여전히 하향세다. 최근 박주영(아스널)처럼 단기 임대도 알아봤지만 실패했다. 겨울이적시장이 열릴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할 처지. 그나마 다행인 건 QPR이 무조건적 ‘이적 불가’ 방침을 철회했다는 사실 정도다. 유럽축구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QPR의 입장이 여름처럼 강하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6년 6월까지로 돼 있는 계약기간은 여전한 걸림돌이다. 대표팀에서도 윤석영은 김진수(21·알비렉스 니가타)-박주호(26·마인츠05)에 완전히 밀린 상태다. 아예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 쨍하고 해뜰 날이 그에게 과연 찾아올까. 여전히 미래는 어둡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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