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보유한 한국시리즈(KS) 세이브 기록(10개)은 그의 구위만큼이나 압도적이다. 이제 그는 사상 최초로 KS 4세이브에 도전한다. 오승환이 29일 5차전에서 9회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1차전 오재일에 한방 맞은 뒤 더 강해져
남은 2경기 모두 등판 준비완료 자신감
“기록도 좋지만 타선 터져 대승했으면”
“1경기면 끝이고, 길어야 2경기다!”
여전히 씩씩했다. ‘돌부처’ 오승환(31·삼성)은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남은 2경기에 모두 등판할 수 있다”며 역전 우승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오승환은 이동일인 30일 대구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날 오후 전화통화에서 그는 “그냥 침대에 누워있다”며 웃을 뿐이었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연신 “괜찮다”고는 했지만, 사람인 이상 피곤하지 않을 리 없다. 이미 한국시리즈(KS) 3경기에 등판했고, 1패와 2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정규시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긴장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2차전(25일·대구) 패배는 충격이 컸다. 1-1로 팽팽히 맞선 9회초 1사 1루서 등판해 무려 4이닝을 던졌지만 연장 13회초 두산 오재일에게 통한의 홈런을 맞고 KS 무대에서 처음 패전투수가 됐다. ‘압도적인’ 52구를 던지고도 ‘인간적인’ 53구째 실투에 고개를 숙여야했다.
그러나 한방을 맞고 더 강해졌다. 3차전(27일)과 5차전(29일·이상 잠실)에서 무실점 역투로 승리를 마무리했다. 다시 ‘끝판대장’으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1패를 떠안았지만 정규시즌보다 더 위력적인 공을 뿌리고 있다. 이번 KS에서 6이닝을 던지면서 볼넷 없이 2안타(1홈런)만 맞았고, 탈삼진은 무려 12개에 달한다. 이닝당 2개꼴의 탈삼진이다. 무시무시한 구위다. 오승환은 “홈런 맞고 나서 공 1개의 중요성을 더 깨달았다. 그래서 이후 실투가 안 나오게 더 신중하게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KS는 ‘오승환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의 시리즈가 됐다. 남은 6차전과 7차전도 마찬가지다. 두산으로선 오승환의 등판을 봉쇄한다면 우승에 입맞춤할 수 있고, 삼성으로선 오승환의 등판을 만들면 우승을 꿈꿀 수 있다.
오승환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KS 세이브 기록을 두 자릿수(10개)로 늘렸다. 그리고 새로운 신화에 도전한다.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세이브를 올린다면 KS 사상 최초로 4세이브 투수가 된다. 지금까지 4선승제로 진행되는 KS에서 4승 투수(1984년 롯데 최동원)와 4홀드 투수(2008년 SK 이승호·2011년 삼성 안지만)는 나왔지만 4세이브 투수는 없었다. 3세이브(1997년 해태 임창용·1999년 한화 구대성, 2004년 현대 조용준·2011년 오승환)가 최고 기록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사상 최초 4세이브 달성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그는 “물론 4세이브를 하면 팀이 우승하는 것이니까 좋지만, 솔직히 4세이브를 안 해도 좋으니 우리 팀 방망이가 터져서 크게 이겼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제 마지막이다. 1게임 지면 끝이고, 길어야 2경기다”며 등판 상황이 되면 온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