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배탈·피로 악재 넘고 中 격파한 여자농구대표팀의 투혼

입력 2013-11-03 09: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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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농구대표팀이 다시 한 번 만리장성을 뛰어넘었다.

위성우 감독(42·우리은행)이 이끄는 한국여자농구대표팀은 2일 태국 방콕 유스센터에서 열린 ‘제25회 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71-66으로 이기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로써 최소 2위를 확정지은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3장이 걸려있는 ‘2014 FIBA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터키)’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3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결승에서는 6전 전승으로 올라온 일본과 6년(2007년 인천) 만에 정상 탈환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다.

사실 중국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임영희, 박혜진이 배탈로 고생했고, 이미선은 경기 전날 식중독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5시간이나 링거를 맞았다. 선수들의 피로도는 상당했다. 조별예선 첫 경기부터 강적인 중국을 만나 박빙승부를 펼쳤고,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카자흐스탄, 인도, 일본, 대만을 만나 연속 경기를 치렀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단기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게임을 매일 하다보니 선수들은 눈에 띠게 지쳐갔다.

아프지 않은 선수도 없었다. 이미선 강영숙 김단비 등 모두 부상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했고, 중국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극적 버저비터를 터트린 곽주영은 지난달 31일 대만과의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준결승전에 나설 수 없었다. 경기 후 동료들의 부축을 받지 않으면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중국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 라커룸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정신력으로 버티기엔 체력고갈이 심했다. 특히 몸싸움을 해줘야 하는 골밑싸움에서 열세가 예상됐다. 경기가 시작되자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답답하리만큼 공격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위 감독은 경기 후 “중국의 높이 때문에 인사이드 플레이에 한계가 있었다. 골밑이 막혔을 때는 외곽슛이 터져줘야 하는데 그게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에는 모든 악재를 딛는 강한 정신력이 있었다. 한국은 예상대로 중국의 높이에 막혀 원활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3쿼터에는 9점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운명의 4쿼터부터 올코트 프레스를 펼치며 중국을 압박하며 실수를 유도했다. 중국이 한국의 강한 압박수비에 흔들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신정자가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나갔다. 이어 경기 종료 2분40여초를 남겨두고 강영숙이 역전2점슛을 성공시켰고, 이후 변연하가 5점을 몰아넣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59초를 남겨두고 넣은 3점슛은 만리장성을 넘는 결정적 골이었다.

위 감독은 “선수들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굴의 투지로 이겼다”며 “힘들수록 단합해 정신력이 뭔지 보여준 것 같다”며 “변연하, 신정자를 비롯해 그동안 뛰지 않았던 박혜진, 김단비, 강영숙과 같은 식스맨들이 정말 잘 해줬다. 이미선 선수도 좋지 않은 몸으로 최선을 다 해 뛰어줬다.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훈선수로 꼽힌 변연하는 “예선전에서 이긴 기억 덕분인지 점수차가 벌어졌을 때도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신정자 선수가 4쿼터에 점수를 뽑아주면서 벤치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정자 선수의 골이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켰다”며 “또 그동안 뛰지 않았던 강영숙, 박혜진, 김단비 선수가 1분이든 10분이든 뛰어주면서 체력안배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코트에서 집중할 수 있었다. 그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공을 돌렸다.



방콕(태국)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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