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이 자리까지 30년 세월…”

입력 2013-1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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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최우수신인선수 선정 및 각 부분별 시상식이 4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최다 도루상을 수상한 NC 김종호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도루왕 김종호와 부모의 눈물


2군 MVP 후에도 녹록지 않았던 현실
NC 이적하던 날 얼마나 행복했던지…
무명 세월 지켜본 부모 감동의 눈시울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멀끔한 양복을 차려입고 단상에 섰다. 가장 먼저 “이 자리에 서기까지 30년이 걸렸다.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과 형, 누나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부모의 얼굴에 뭉클한 기운이 감돌았다.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최우수선수·최우수신인선수 시상식’이 열린 4일 서울 테헤란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 올 시즌 최다도루상 수상자인 NC 김종호(29·사진)는 아버지 김재경(59) 씨와 어머니 박금숙(56)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황금빛 트로피를 받아 들었다. 부모의 얼굴도 덩달아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아버지 김 씨는 “기분이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좋다”고 말했다. 부모는 아들이 견뎌온 오랜 무명의 세월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고, 함께 했다. 김 씨는 “내가 기억하는 우리 아들은, 늘 손이 부르트고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온 몸 여기저기 다 까질 정도로 늘 훈련을 하고 또 했다. 우리 아들이 정말로 열심히 해서 이런 날이 온 것 같다”며 큼지막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박 씨는 눈시울부터 붉어졌다. 기억의 한 토막이 생생하게 떠올라서다. 2010년 7월, 2군에서 펄펄 날던 아들은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리고 “퓨처스 올스타 MVP 출신들이 1군에서 다들 잘 됐다. 나한테도 좋은 날이 올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후로도 녹록지 않았다. 박 씨는 “기대를 정말 많이 했는데도 잘 안 되니까 좌절이 더 컸던 것 같다. 그 모습을 봐야 하는 내 심정은 말도 못 한다”며 “작년 시즌을 앞두고 아들과 ‘딱 한해만 더 해보고 안 되면 이제 그만 두자’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속담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아버지는 똑똑하게 기억했다. “(2012년) 11월 15일.” 김종호가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으로 삼성에서 NC로 이적하던 날이다. 어머니는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고 되뇌었다. 삼성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아들은 신생구단 NC의 첫 시즌을 함께 하면서 리그 정상급 1번타자로 거듭났다. 게다가 데뷔 후 첫 개인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아버지는 “올해는 우리가 야구장에 가는 날이 많아졌다”고 말하면서 눈가가 붉어진 어머니의 어깨를 두드렸다.

김종호의 가족에게 그 어느 때보다 흥겹고 뿌듯했던 잔칫날. 아들은 “내년에는 더 많은 베이스를 훔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저 이렇게 바랐다. “앞으로도 우리 아들에게 좋은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고.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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