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쳐블은 “남자들은 ‘진짜 힙합’을 좋아한다”며 남자 팬들이 많다는 걸 행복해 했다. 어렸을 적 남자 힙합가수들에게 받았던 감동을 조금이나마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고 있다는 설렘 때문이다. 사진제공|TS엔터테인먼트
군입대 전에는 상업적 성공에 얽매였다
미니앨범 ‘트립’엔 반성과 후회 등 담아
넓어진 힙합시장 이젠 우리 색깔내야죠
2010년 세 번째 미니앨범 이후 활동을 쉰 힙합듀오 언터쳐블(슬리피 디액션)은 2011년 8월 동반 입대해 올해 5월 제대했다. 군복무 등으로 인한 지난 3년의 공백을 두고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라고 했다. 긴 ‘휴식’을 통해 생각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고, 반성과 새로운 각오로는 “어딘지 좀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얻었다. 가수에게 긴 공백은 나약함을 주기도 하지만, 언터쳐블은 이를 여행이라 생각할 만큼 뜻깊은 공백기를 보낸 셈이다. 그리고 공백을 끝내는 새 앨범에 ‘여행’을 뜻하는 ‘트립’이란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은 세상을 바꾼다. 언터쳐블이 떠나 있던 힙합계도 빠르게 변화했다. 더 이상 변방의 음악, 마니아의 음악이 아니라 음원차트 1위를 휩쓸 만큼 주류음악이 됐고,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힙합스타도 많아졌다.
“힙합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도 없고, 호감도는 높아져 긴 공백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지만 언터쳐블은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는 트렌드를 따라야 하지만, 데뷔 5년차로서 자신들만의 색깔도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랩하는 아이돌이 많아져,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도 은근한 압박이었고, 힙합신인이 많다보니 자신들이 “‘아저씨’ 같아 보이는” 어색함도 떨칠 수 없었다.
힙합시장이 커지고, 아이돌시장 못지않게 경쟁도 심해졌지만 언터쳐블은 결국 시류를 따르지 않았다. 롱런을 위해서는 자신의 색깔을 갖춰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음의 여행을 다녀온” 까닭에 대중성에 얽매이지 않는 여유가 생겼다.
“데뷔 때에는 (대중성을 위해)‘가요스러운’, 말랑말랑한 힙합을 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환영해주시고 새롭게 받아주시는 것 같더라. 같은 사랑노래라도, 20대 때 하는 것과 서른이 된 지금은 느낌이 다를 것이다.”
언터쳐블의 이번 미니앨범 ‘트립’에는 타이틀곡 ‘배인’을 비롯해 ‘트립’ ‘노 메이크 업’ ‘킵 인 터치’ ‘연락 좀 자주해’ 등 “무게가 있고, 빠르지 않고, 빈티지한 느낌도 있는” 다양한 느낌의 5곡의 힙합 넘버들이 담겨 있다. 전 곡의 가사를 쓴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1∼2번 트랙인 ‘트립’과 ‘노 메이크 업’은 마니아 성향의 힙합곡이다. 타이틀곡 ‘배인’은 이별노래 같지만 자신들의 삶에 대한 반성과 후회를 담은 자전적 노래다.
오랜 언더그라운드 활동 끝에 2008년 메이저 시장에 데뷔할 당시 음악성과 대중성이 조화를 이룬 음악으로 주목받은 언터쳐블은 이번 ‘트립’을 시작으로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음악색깔을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우리는 새로운 경험이 쌓이면서 음악도 그렇게 변화한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힙합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이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가사에 깊이 고민했고, 시간 투자도 많이 했다. 철저히 우리의 색깔 안에서 곡을 선곡했다. ‘표현력도 많이 성숙해졌구나’라는 평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