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스포츠동아DB
성급한 플레이…3번의 골 찬스 모두 놓쳐
극적으로 16강 진출…챔스 데뷔골 재도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정규리그에서 펄펄 날던 손흥민(21·레버쿠젠)이 챔스리그에서는 침묵했다. 그러나 좌절하기는 이르다. 레버쿠젠이 극적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서 손흥민도 16강 토너먼트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득점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손흥민은 11일(한국시간)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의 아노에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와 챔스리그 A조 조별리그 최종 6차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후반 45분까지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전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그는 지난 달 30일 뉘른베르크(홈)와 리그 14라운드 2골, 8일 도르트문트(원정)와 15라운드 1골로 최고의 골 감각을 보이고 있었다.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폭발적인 득점행진을 이어갔다. 올시즌 9골로 두 자릿수 득점도 눈앞에 뒀다. 손흥민이 챔스리그에서는 아직 골 맛을 보지 못하고 있었기에 레알 소시에다드를 상대로 마수걸이 득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분명 찬스는 있었다. 손흥민은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전반 40분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레버쿠젠은 후반 4분 외메르 토프락의 골로 1-0으로 앞서갔다. 후반 27분 손흥민은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높이 떴다. 트래핑까지는 절묘했지만 득점 욕심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후반 막판 나왔다. 손흥민은 역습상황에서 흘러나온 패스를 받아 약 40m 이상 질주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슛 타이밍을 놓쳐 뒤따라온 수비수에게 볼을 빼앗겼다. 아쉬운 듯 땅을 쳤다. 이후 종료 직전 교체돼 나왔다. 외신들도 “손흥민은 지친 기색 없이 경기장을 누볐지만 침착하지 못한 플레이로 너무나 많은 골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기회는 아직 있다. 레버쿠젠은 천신만고 끝에 16강 무대를 밟았다. 레버쿠젠은 이날 경기 전까지 2승1무2패(승점 7)로 1위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3승2무·승점 11), 2위 우크라이나의 샤흐타르 도네츠크(2승2무1패·승점 8)에 뒤진 3위였다. 레버쿠젠은 레알 소시에다드를 반드시 이기고 맨유가 도네크츠를 잡아주거나 두 팀이 비겨야만 16강이 가능했다.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됐다. 레버쿠젠은 토프락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레알 소시에다드를 1-0으로 눌렀고, 같은 시간 맨유도 샤흐타르를 1-0으로 꺾었다. 레버쿠젠은 단숨에 2위로 점프하며 토너먼트 진출권을 따냈고, 챔스리그 행보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