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남자골퍼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이 부진했던 지난 2년의 아픔을 털어내고 2014시즌을 맞아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부담감을 버리고 몸에 힘을 빼면서 스윙은 한결 가벼워졌고 시즌 초반 4개 대회에서 3차례 컷을 통과하며 자신감도 회복했다. 사진제공|KGT
아시아 골퍼 첫 메이저 우승 후 부담감
2년간 부진, 나의 문제 돌아보는 계기
2014 시즌, 4개 대회서 3차례 컷 통과
“부활 준비는 끝, 다시 뛸 일만 남았다”
아시아 남자골퍼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40·KB금융그룹)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부진이라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다시 한번 골프 인생의 불꽃을 태우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벼랑 끝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더 강한 채찍질을 하고 있다. 양용은은 “준비가 됐다”라며 강한 눈빛으로 각오를 대신했다.
● “메이저 우승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
“시간이 참 빠르다.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 남자골퍼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이 된지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내 골프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최고 중의 최고라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PGA 챔피언십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건 골프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남아 있다.
양용은의 골프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다. 그러나 더 이상 그날의 감동에 취해있을 수 없다.
양용은은 옛 영광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과제였다. 그 해답을 찾았다.
“우승을 못하다보니 조급함이 생긴 것 같다. 연습할 때는 힘을 빼고 편안하게 스윙하는 데, 경기에만 들어가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욕심이 과했다.”
심리적인 불안감은 스윙에서 그래도 드러났다. 특히 퍼팅은 그를 가장 괴롭혔다.
“퍼팅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잘 될 때는 퍼팅을 해도 홀에 가깝게 붙인다는 생각을 가질 만큼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무조건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경기를 망치고 있었다.”
● “준비는 끝, 무조건 잘 할 것”
2014년 새 시즌을 앞둔 양용은의 각오는 남다르다. 부진 탈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그의 얼굴에선 평온함과 함께 독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출발선상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2013 로열 트로피’를 만났다. 19일부터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다.
양용은은 이번 대회 아시아 팀 단장 및 선수의 자격으로 출전한다. 출전을 앞둔 그는 “단장이 된 것 자체가 너무 큰 영광이고, 아시아 팀이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마음도 편해졌다. 부진한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다시 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찾았다.
양용은은 “2년 동안 부진을 겪으면서 나름대로 잘 안됐던 부분들을 정리하고, 보완했다. 좋게 생각하면 발전하기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속을 썩였던 문제를 머릿속에서 말끔하게 정리했다. 이제는 정리된 부분들을 플레이로 보여줄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변화가 눈에 보인다.
2013시즌 양용은의 성적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19개 출전 대회 중 절반이 넘는 10개 대회에서 예선을 떨어졌다. 손에 든 상금은 25만9118달러가 고작이었고 상금랭킹은 174위에 그쳤다.
2014시즌 출발은 비교적 가볍다. 4개 대회에서 3차례 컷을 통과하면서 부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양용은의 인생은 오뚝이 같았다. 고교 졸업 후 처음 골프채를 잡은 그는 남들이 프로가 될 시기에 골프를 시작했다.
1996년 프로테스트에서는 지옥과 천당을 경험했다. 테스트에서 낙방이라는 쓴맛을 봤지만 5명을 추가 선발하는 바람에 프로행 막차를 타는 행운을 잡았다. 미국 PGA 투어 Q스쿨에서는 두 번이나 탈락한 끝에 3번째 도전에서 성공을 맛봤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양용은은 “다시 뛸 일만 남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