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호인’ 양우석 감독 “‘상식’에 대한 공감, 참 다행입니다”

입력 2014-01-15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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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석 감독은 “호기심이 어디로 튈 지 모르겠지만 차기작은 ‘변호인’보다 가벼운 작품을 찍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아직도 긴장이 됩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오해와 편견으로 시작된 영화였기에 혹여 소통하지 못할까봐서…. 수많은 분들이 ‘상식’에 대해 공감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세대를 아우르며 폭발적인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변호인’의 연출자인 양우석 감독은 조심스럽게 소감을 전했다. 개봉 한 달이 지나서야 만난 양 감독은 말 한마디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변호인’으로 입봉한 그가 그동안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말이 또 다른 말을 낳을까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개봉 전부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라는 오해와 편견이 있었기에 제가 나서면 오히려 독이 될까봐 겁이 났어요. 관객들이 영화 자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랐고요. 이제야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양 감독과 ‘변호인’의 인연은 약 20년 전. 1988년 5공 청문회 때 춘향이를 구하러 온 이몽룡처럼 사람들에게 쩌렁쩌렁 호통 쳤던 당시 변호인 노무현의 모습을 보며 인상 깊었단다. 또한 현대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시대적 고민을 하고 살았던 인물들에 집중했고 그 중 한 명이 노 전 대통령이었다.

“제가 호기심이 강해서 직성이 풀릴 때까지 이해해야 하는 못된 성격이 있어요. 하하. 그 때부터 그에 대한 기사를 스크랩하고 조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계기가 된 부림사건을 접하게 됐죠. 부산에서 돈 잘 벌기로 유명했던 그가 인권과 민주화를 외쳤던 모습과 정치인으로서 동서화합을 주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그렇게 ‘인간 노무현’에 대해 조사하고 이야기를 그려갔던 양 감독은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후보에 오르고 대통령에 당선하며 모아뒀던 자료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된 그의 이야기를 만들면 용비어천가 밖에 되지 않을게 뻔했기 때문. 하지만 10년 후 그는 다시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우연히 몇몇 젊은이들을 만나며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너무 피로한 삶을 살고 있더군요. 대학은 어느덧 학업이 아닌 취업의 전당으로 바뀌었고 직장도 더 이상 안정감을 주지 못하더군요. 어른 세대가 왜 젊은 세대에게 이런 짐을 줬을까 자책했죠. 그러다가 80년대의 청년들이 생각났어요.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서슬 퍼런 세상을 헤치며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 그 시대를 그려내면 현재 젊은이들이 이해와 성찰의 가치를 깨닫지 않을까 싶었어요.”

양우석 감독.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양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이해와 성찰의 가치는 젊은 세대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양 감독은 “영화를 본 젊은이들이 ‘깨닫게 해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더라. 또 내 나이 또래 분들도 ‘그 땐 그랬지’하며 잊어버렸던 과거를 회상하는 분들도 참 많았다”고 말했다.

“SNS와 기사 등 좋은 글도 많이 봤습니다. 무엇보다 무대 인사를 갔을 때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관객석에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이렇게 3대가 온 모습을 봤는데 가슴이 찡했습니다. 아마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작품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지만 일부의 반응은 여전히 양극화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양 감독은 “노 전 대통령의 순수함에 반했던 분들은 일방적으로 찬양하게 되고 그의 순수함을 싫어한 분들은 격멸하기까지 이른 것 같다. 물론 어떤 쪽도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며 “단지 이 영화를 통해 그 폭이 조금 좁혀지길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이해와 성찰’이다. 우리가 스스로의 모습을 다시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0만을 향해 달려가는 ‘변호인’은 2월 7일 북미개봉을 앞두고 있다. 양 감독은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들이 영화를 보고 싶어 했는데 운이 좋게도 미국에서 개봉을 하게 돼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관객이 아닌 해외 관객에게도 상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까.

“제가 토머스 모어의 이야기를 다룬 ‘사계의 사나이’나 ‘인사이더’를 좋아해요. 신념을 가지고 주어진 조건에 싸우는 이야기죠. 몇 백 년 전 영국의 이야기지만 공감하며 봤거든요. 시대와 나라는 다르지만 공감을 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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