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인 지동원…다급해진 박주영

입력 2014-0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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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이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벗어나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제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의 제1 공격 옵션 박주영(아스널)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주영은 과연 탈출할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 홍명보 감독, 박주영 뺀 ‘플랜B’ 언급

지동원 아우크스부르크행 소식에 반색
꾸준한 출전 보장…대표팀 공격진 활로
벤치 신세 박주영 남은 시간 많지 않아
홍 감독 “겨울 이적시장까지만 보겠다”


19일(한국시간) 브라질 포스 도 이구아수에서 만난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공격수 지동원(23)이 선덜랜드(잉글랜드)를 떠나 2014∼2015시즌 도르트문트로 완전 이적하는 조건으로 아우크스부르크(이상 독일)로 이적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애제자의 이적 소감을 묻자 “그걸 왜 이제야 물어보느냐”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환한 얼굴이었다.

사실 진작 이뤄졌어야 했던 이적이었다. 선덜랜드에서 지동원이 설 자리는 없었다. 백업 스트라이커가 주 보직이었다. 충분한 기회를 잡지 못하는 지동원이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을 밟기 위해선 ‘꾸준한 경기력’이 전제돼야 했다. 일은 잘 풀렸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난 시즌 후반기에 지동원을 단기 임대해 재미를 봤다. 당시의 강렬함을 기억하기에 오래 전부터 지동원을 필요로 했다. 출전 보장은 당연하다.

홍 감독은 “본인도, 팀도 굉장히 좋은 결과다. 뛸 수 있는 자리를 정했다는 건 굉장히 긍정적이다. 얼마나 뛸 수 있는지 몰라도 경기력이 받쳐준다면 측면에도, 최전방에도 내세울 수 있어 대표팀에 아주 좋은 공격 옵션이 생겼다”고 만족해했다.

하지만 지동원의 이적은 또 다른 프리미어리그 공격수 박주영(29·아스널)에게는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지동원-박주영은 홍명보호 1∼2번 공격 카드였지만 지금 대표팀에서 둘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프리미어리그라는 타이틀은 화려한데, 정작 실속은 없었다. 현재 대표팀 유력 원톱 후보는 K리그에서 맹활약한 김신욱(울산)과 이근호(상주) 등 국내 무대의 골게터들이다. 이들은 홍 감독이 밝힌 대표팀 승선 2가지 조건(꾸준한 경기력, 꾸준한 출전)에 완벽히 부합한다.

일단 지동원이 탈출구를 빠져나갔으니 홍 감독의 고민거리는 박주영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딱히 답이 없다. 이날도 박주영을 거론하자 입맛을 다셨다. 벤치만 달구고 있고 팀을 옮기겠다는 강한 의지도 뚜렷하지 않는 박주영의 상황을 생각하면 머리도 가슴도 아프다. 작년 말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위건이 단기 임대를 제안했다는 소식에 홍 감독은 “아주 반가운 일”이라며 반겼다. 그 뿐이었다. 온갖 추측만 남긴 채 박주영은 잔류했다.

홍 감독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이제부터 선수를 하나둘 추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안타깝지만 내려놓아야 할 카드도 있다는 걸 안다. 그는 “월드컵을 위해 많은 선수들이 이적한다. 박주영도 벤치를 벗어나야 한다. 1월 겨울 이적시장 종료까지 지켜보겠지만 답답하다. (만약 이대로라면) 다른 공격수들도 있으니 플랜B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박주영의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태극전사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강경한 뉘앙스가 담겼다. 플랜B를 확정하면 브라질월드컵에서 박주영의 모습을 볼 수 없지 모른다.

이구아수(브라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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