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의 이구아수 리포트] 홍명보, 이구아수 폭포 앞 무언의 다짐

입력 2014-0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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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한국시간)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를 찾은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 16강 이상의 목표를 가져주길 바라며 말없이 폭포를 바라봤다. 이구아수 폭포 앞에서 포즈를 취한 홍 감독. 이구아수(브라질)|남장현 기자

세계문화유산 경관에 선수들 감탄사 연발
“대자연 보며 뭔가 느꼈을 것“ 메시지 전달
“8강? 일희일비 하지말고 준비한대로만…”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거대한 물줄기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지만 그는 조용했다.

18일(한국시간) 브라질 파라나주 포스 도 이구아수 국립공원. 홍 감독이 이구아수 폭포를 찾은 건 작년 12월 초 브라질월드컵 조 추첨 직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국경지대에 위치,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으로 꼽히는 이구아수 폭포는 너비 4.5km, 평균 낙차는 무려 70m(최대 82m, 최소 64m)에 달한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를 걸치고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훨씬 큰 규모다. 과거 이구아수 폭포를 방문한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 영부인이 “아, 불쌍한 나이아가라(Oh, Poor Niagara)”란 말을 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폭포는 한 달여 전 봤던 모습 그대로였지만 일행 규모는 훨씬 불어났다. 대표팀 선수들과 스태프가 함께 모여 다짐을 했다. ‘월드컵에서 우리가 준비한 바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홍 감독은 이날 제자들에게 별다른 말을 해주지 않았다. 숙소에서 이구아수 폭포를 향할 때도, 돌아가는 길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할 필요도 없었다. 엄청난 대자연의 장관을 지켜보며 스스로 깨우치고 느끼라는 의미였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러시아-알제리-벨기에와 16강 진출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죽음의 조’도 아니고, 모두가 해볼만한 상대라는 점에서 희망이 크다. 일각에서는 8강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섣부른 예상을 하지 않는다. 여기서도 그랬다. 조심스레 월드컵 8강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월드컵 8강은 무슨…. 그저 준비한대로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이구아수 폭포를 두 번씩 찾고 있지만 항상 새롭게 느껴진다. 이런 장관을 보는 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아마 선수들 자신들이 뭔가 느꼈을 거다. 대자연을 바라보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자는 메시지를 남겨주고 싶다.”

태극전사들의 표정은 잔뜩 상기돼 있었다. 물론 이들도 홍 감독과 마찬가지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저 이동하는 곳곳마다 멈춰서 “우와”하는 탄성을 내지른 게 전부였다.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며 사진을 찍고 추억을 담아 꿈을 키웠을 뿐이었다.

반면 이구아수는 온통 떠들썩했다. 홍명보호 방문을 이구아수 홍보로 이어가려는 모습이었다. 별도의 홍보물을 제작하고 있다고도 했다. 훈련장에도 찾아온 브라질 취재진이 대거 몰려들었고, 많은 인파는 태극전사들에게 여러 차례 사인공세와 함께 사진을 찍어줄 것을 부탁했다.

이구아수 국립공원 관계자는 “월드컵에서는 누구나 기적을 만들 수 있다. 개최국 브라질도 그렇지만 한국이 우승을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며 선전을 기원했다. 이번 이구아수 방문을 통해 홍명보호는 마음을 정화한 한편 많은 우군까지 얻었으니 소득이 컸다.

이구아수(브라질)|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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