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쁜 자석’ 송용진 “연극은 배우의 예술”

입력 2014-01-22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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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용진은 “몇 년후에는 배우라는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뉴욕에 가서 시야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송용진은 “몇 년후에는 배우라는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뉴욕에 가서 시야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영화는 감독 예술이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배우에게 연극은 ‘재미’예요. 상상하고 분석하고 스스로 깨우쳐서 무대 위로 표현할 때 희열을 느끼죠. 창작의 기쁨이란 이런 게 아닐까요?”

작년에 이어 올해 연극 ‘나쁜 자석’에서 고든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송용진(38)은 요즘 배우들과 한창 극을 뜯어고치고(?) 있다. 원래 음악이 없는 원작에 음악을 넣었더니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추가로 음악을 넣어 더 생생한 무대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공연은 생명체와 같아요. 언제나 꿈틀거리고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연출가와 배우들이 좋은 변화를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어요. 계속 풍성한 극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려고요.”

‘나쁜 자석’은 얽히고설킨 세상속의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를 네 남자(고든, 프레이저, 폴, 앨런)의 9살, 19살, 29살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 중 송용진이 맡은 고든은 극의 중심을 맡는다. 그의 심경을 중심으로 극이 전체적으로 흘러간다. 천재적인 이야기꾼 9살 고든은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상처로 우울증을 겪고, 친구들과의 관계마저 틀어지며 19살의 나이로 자살을 하게 된다. 10년 뒤 29살이 된 프레이저, 폴, 앨런이 만나 죽은 고든의 이야기를 한다. 그 속에서 지난 20년 동안 숨겨져 있던 관계들의 진실이 풀리게 된다.

처음 보는 관객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당연하다. 4명의 남자가 겪었던 12가지의 관계를 늘어놓은 이야기니까. 참여하는 배우조차 공연을 2~3번을 보고나서야 이해했다고 했다. 송용진은 공연을 처음 본 날을 회상하며 “작품을 보고 여운은 남았지만 너무 졸렸다. 시큰둥했다. 하지만 대본을 받고 차근차근 읽어보니 이해하겠더라”고 말했다.
배우 송용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송용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무대에서 송용진은 9살, 19살의 연기를 펼친다. 고든의 우울함과 정신적인 문제로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능숙해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슬픔과 속상함을 연기했다면, 올해는 자연스럽게 고든의 감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연기를 하며 가장 어려운 것은 9살 연기. 어린 말투와 오그라드는 연기를 해야 하는 것도 어렵지만 9살짜리의 마음을 알고 표현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작업이었다.

“어려워요. 9세 아이들의 심리가 이해가 안 됐죠. 그래서 ‘아빠, 어디가’를 봤어요. 아이들을 보면서 흉내 내며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제는 무대에서 9살이 된 듯 놀아요. 서로 애드리브 하면서도 웃음을 참느라 혼난 적도 있어요. 특히 고든은 상처가 큰 아이라 웃으면 절대 안 돼서 웃음을 참으려 손을 물어뜯기도 했어요.”

송용진은 ‘나쁜 자석’을 하며 얻은 것은 동료애다. 지난 2년간 함께 해 온 배우들과는 형제처럼 친해졌고 새로운 친구들과 그들 덕분에 장기간의 공연에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다. 맏형으로서 1년 동안 성장한 동생들을 바라보는 것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서로 친해져야 한다고 연습 때 2시간씩 족구하고, 농구하고 사우나 갔던 게 엊그제 같네요. 이제는 허물없이 지내니까 그게 무대에 오롯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년보다 연기가 깊어진 후배들을 보며 깜짝 놀랐고요.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죠.”

송용진은 ‘나쁜 자석’이 끝나면 뮤지컬 ‘서편제’에 참여한다. 밴드 ‘쿠바’ 앨범도 녹음 단계에 이르렀고 뮤지컬 연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20일에는 8년간 열애한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리며 품절남이 됐다.

“제 꿈은 종합예술인이 되는 겁니다. 머릿속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계속 생기네요. 다양한 분야를 즐기며 한다는 게 참 재밌어요. 다른 말로 하자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거죠! 하하. 결혼을 하니 이런 일을 하는 것도 안정감이 느껴져요. 앞으로 아내와 여행도 자주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몸으로 문화를 익히면서 끊임없이 창작활동을 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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