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을 꿈꾸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 이근호는 2010남아공월드컵 탈락의 아픔을, GK 정성룡은 수성을 노린다. 21일(한국시간) 대표팀의 마지막 현지 적응훈련에서 골키퍼들이 훈련하는 장면. 이구아수(브라질) | 남장현 기자
갈망
월드컵 실패 경험 이근호·염기훈 강한 투지
홍감독 “일부 고참들의 눈빛엔 열망 타올라”
성장
김민우·김신욱, 아픔 딛고 죽기살기로 훈련
두 샤트니에 코치 “두 선수 가능성 무궁무진”
수성
주전자리 위협 받는 GK 정성룡·MF박종우
북중미 3개국 A매치서 확실한 눈도장 절실
브라질 포스 도 이구아수에서 1차 동계 강화훈련을 마친 대표팀 홍명보호는 21일 미국 LA로 떠나 2차 훈련에 돌입한다.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기 위해 설 연휴도 반납한 채 다음 달 3일까지 계속될 강화훈련에 동참한 태극전사들에게는 크게 3가지 키워드가 있다. 갈망과 회복, 그리고 수성이다.
● 갈망
대표팀의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는 “월드컵 열망이 지나쳐서 신체 밸런스가 흐트러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세이고 코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축구 선수에게 월드컵은 일생일대, 어쩌면 다시 잡기 어려운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쯤 고배를 든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임시 주장’을 맡은 이근호(상주)가 대표적인 케이스. 유럽행 실패 후유증과 컨디션 난조로 4년 전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 목전에서 탈락했다. 상황이 다르긴 해도 베테랑 측면 공격수 염기훈(수원) 역시 남아공에서 꿈의 무대를 밟았지만 2% 아쉬움을 맛본 기억이 있다. 홍명보 감독도 이구아수 훈련을 마친 뒤 “일부 고참들의 눈빛에서 열망을 읽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물론 대표팀 경험이 부족한 이들도 생애 첫 영광을 위해 월드컵을 갈망하는 건 똑같다.
● 성장
성장과 시련이 얽혀있다. 대표팀에는 ‘홍명보 키즈’가 있다. 왼 측면 요원 김민우(사간도스)가 그렇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주축으로 뛰었지만 그 이후 성장이 더뎠다. 돌아온 건 아픔이었다. 함께 한 동료들이 런던올림픽에서 환호할 때 그는 없었다. 사간도스의 윤정환 감독은 “(김)민우가 많이 아파했다. 독을 품을 수 있었던 계기”라고 했다. 다시 일어섰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유럽파 중심의 경쟁자들보다 나은 점을 보여줘야 한다.
김신욱(울산)도 비슷하다. 2010남아공월드컵을 앞둔 그해 1월 남아공-스페인 강화훈련에 참여했지만 ‘투명인간’에 가까웠다. 홍명보호에서의 초반 처지도 비슷했다. 죽는다는 각오로 뛰었다. 달라지려고 했다. 홍 감독의 날카로운 지적을 통해 한 계단 도약했다. 이번 훈련에서도 사력을 다한다. 안톤 두 샤트니에 전력분석 코치는 “김민우와 김신욱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칭찬했다.
● 수성
자리를 굳힌 듯 보였던 일부도 있었다. 하지만 도전자가 많아졌다. 골키퍼 정성룡(수원)은 후배 김승규(울산)에게 자리를 위협받는다. 2012런던올림픽 멤버 박종우(부산)도 아쉽다. 예전의 투혼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본인도 알고 있다는데, 아직은 부족하다. 월드컵에서 ‘홍명보의 아이들’의 프리미엄은 없다. 철저히 실력 우선이다. 자신의 위상을 지켜야만 생존할 수 있다. 미국에서 치러질 북중미 3개국(코스타리카-멕시코-미국)과의 A매치 시리즈는 이들에게 또 다른 기회다.
이구아수(브라질)|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