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이으뜸, 태극마크 달고 아시아 제패 꿈 “현재진행형”

입력 2014-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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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새내기 이으뜸은 아직도 태극마크의 꿈을 가슴에 품고 있다. 프로 선수도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그는 다시 아시아 정복에 도전할 계획이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새해 첫 특선결승사 ‘루키돌풍’ 이으뜸

데뷔 2개월만에 박병하 등 제치고 우승
작년 6개 경주 승률 67% 연대율 100%

경륜선수 국제대회 출전 길 열린다던데
이뤄진다면 아시안게임 金 도전하고파
한국 대표 경륜 선수·꿈나무 육성 목표

“으뜸이 으뜸이네.”

올 시즌 첫 특선급 결승전이 열린 5일 광명스피돔. 경주를 지켜 본 경륜운영본부 관계자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관중석 곳곳에서도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환호와 탄식이 이어지고 있었다. 데뷔 2개월의 새내기가 한국경륜의 간판급 스타들을 제치고 우승을 했다.

2014년 새해 벽두 벨로드롬을 강타한 ‘루키 돌풍’의 주인공 이으뜸(25·20기·전주팀). 그는 이날 마지막 한바퀴를 남기고 깜짝 젖히기로 지난해 그랑프리 챔피언인 박병하를 비롯해 인치환, 송경방 등 거물급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기 동기인 정종진(27·계양)이 2위를 기록하면서 이날 쌍승식 최고 배당인 79배가 터졌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이으뜸은 6개 경주에서 승률 67%, 연대율 100%의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연말 특선급으로 올라섰다. 최고 등급에서도 화끈한 승리 신고식과 함께 자신의 이름처럼 ‘으뜸’을 향해 달려가는 이으뜸을 만났다.


- 1월 5일 경주가 아직도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경주를 복기해 보면.

“기습선행을 노렸는데 앞자리를 잡지 못했다. 동기 정종진의 앞에서 여섯 번째로 달리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젖히기 타이밍이 왔다. 앞서 있던 송경방 선수가 코너에서 병주(두 선수가 나란히 달리게 되는 상황)에 걸렸다. 필사적으로 앞바퀴를 찔러 넣으면서 스퍼트를 했다. 실력보다는 운이 좋았다.”


- 한글 이름이 아주 인상적이다.

“부모님이 지어주셨는데, 당시 한글 이름이 유행했다고 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으뜸’이 되라는 바람을 담으셨다.”


- 사이클을 시작한 계기는.

“전주 우석중 2학년 때 친구를 만나러 덕일 중학교에 놀러갔다. 그때 내 키(176cm)가 지금과 비슷했는데 사이클부 감독님이 내 체격을 보고 사이클을 권유했다. 처음엔 거절했다가 선생님이 부모님을 만나 설득하는 등 거듭된 권유에 결심을 했다.”


- 2007년 전주고 3학년 때 전국체전 사이클 2관왕(스프린트·경륜)에 올랐고 대표선수도 발탁되는 등 아마추어로도 잘나갔는데 프로 경륜으로 전향했다.

“아마 시절 꿈은 아시아 제패였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했고, 대표 선발전 성적도 좋았다. 그런데 이유를 밝히긴 어렵지만 실력이 아닌 다른 이유로 탈락했다. 그 후 상무에 입대했고 ‘어차피 프로 선수가 될 거라면 한 살이라도 빨리 하자’고 결심해 병장 때 경륜후보생에 지원하게 됐다.”


- 오랜 꿈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내 꿈은 진행형이다. 선배를 통해 프로 경륜선수도 국가대표로 국제무대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게 가능해지면 다시 한번 아시안 게임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다.”


- 훈련원을 4등으로 졸업했지만 20기 동기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동기들이 졸업 레이스에 맞춰 몸을 만들었다면 나는 실전 데뷔에 맞췄다. 덕분에 최상의 몸상태로 경주에 나설 수 있었다. 아마시절 스프린트와 경륜 등 단거리가 주종목이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과 전법은.

“집중력이 뛰어난 편이다. 하나에 빠지면 오직 그것만 생각한다. 단거리 출신이라 순발력과 회전력은 좋은 편이지만 파워는 아직 특급 선수들에 비해 부족하다. 복합형 선수라 선행과 추입을 상황에 따라 구사할 수 있지만 신인이니 당분간 선행을 통한 긴 거리 승부를 많이 구사할 계획이다.”


- 즐겨먹는 음식과 취미는.

“거의 매 끼니 고기를 먹는다. 고기를 먹고 아침운동을 했는데, 컨디션이 좋았다. 그 후로 어머니께 아침에도 쇠고기를 구워달라고 한다. 훈련을 안할 땐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푼다.”


- 여자친구가 있나.

“유치원 교사인 초등학교 동창과 사귀고 있다. 지난해 9월 동창회에서 졸업 이후 처음으로 만나 서로 호감을 갖게 됐다. 11월 신인왕전때 광명스피돔으로 여자친구가 응원을 왔는데, 그 덕분에 2등을 했다.”


- 경륜선수로서 목표는.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벨로드롬을 평정하고 싶다. 마흔다섯 정도에 은퇴할 계획인데 한국을 대표하는 경륜선수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 은퇴 후에는 내가 가진 재능을 활용해 사이클 꿈나무를 육성하고 싶다.”

광명|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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