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예준 “숨 쉬듯 자연스레 향수 일으키는 음악 할래”

입력 2014-01-24 11: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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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듯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보이스 오브 코리아2’ 우승자 이예준이 오디션 참가자가 아닌 가수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예준은 지난해 5월 막을 내린 ‘보이스코리아2’(이하 ‘보코2’)에 참가해 그룹 포맨의 멤버 신용재의 솔로 앨범 ‘24’에 수록된 ‘가수가 된 이유’로 유명세를 치렀다.

이후 그는 ‘음악 가족’과 ‘발라드 포텐녀’로 이름을 알렸으며, 안정된 가창력과 풍부한 감성, 듣는 이의 마음에 와 닿는 음성으로 ‘보코2’의 헤로인이 됐다.

이를 시작으로 이예준은 2013년 11월, 중국에서 열린 ‘보이스 오브 월드’에 강타와 함께 한국대표로 참가했으며, tvN ‘퍼펙트싱어 VS’에 출연해 당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눈에 띄는 활약상을 펼쳐 왔다.

우승을 한 지 약 6개월 뒤인 지난 7일 이예준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데뷔 싱글 ‘약속’을 발매했다. ‘약속’은 박근태, KingMing, 민연재가 작사 작곡한 발라드곡으로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문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이예준은 소탈했다. 유려한 풍경화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다채로움을 몰래 간직한 흑백사진 같았다. 그런 이예준과 음악과 인생에 대한 긴 대화를 나눴다.



▶서울예대 학생에서 신인가수로

-‘보코2’ 우승 후 어떻게 지냈나.
“올빼미족으로 살았다. 낮에는 잠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더라.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며 즐겁게 지냈다.”

-여행은 어디로 다녀왔나.
“전국 방방곡곡 친구와 즉흥적으로 떠났다. 뭐든 즉흥적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 여행을 다니면 많은 것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 아직 해외로는 나가지 못했다.”

-즉흥적인 성격인가. 방송에서 비친 모습과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사실 난 걱정이 앞서는 스타일이다. 자신감도 없는 편이다.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무서움이 크다. 그래서 새로운 환경이나 도전에 대한 겁도 많다.

-지금은 전혀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터뷰 아닌가. 맘을 다잡고 왔다. (웃음) 사실 음악을 하며 많이 변했다. 성격과 삶이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숨 쉬듯 하던 음악이지만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먹은 고3 때부터 내 삶은 계속해서 변화해 온 것 같다.”

-무대에서 서서 열창하는 모습과 ‘자신감이 없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사실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다. 남이 어떻게 보고 말하는 것을 떠나 나 스스로 인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남이 날 쉽게 보는 것도 싫어서 잘 웃지도 않았다. 첫인상이 무섭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이것 또한 음악을 하며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행복하다. (웃음)”


▶꿈꾸던 장밋빛 인생과 마주하다

-우여곡절 끝에 가수의 꿈을 이뤘다. ‘이예준’이라는 이름이 적힌 신곡을 발매한 소감은.
“발매 전에는 몰랐다. 하지만 발매일이 다가오면서 이게 얼마나 기쁘고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됐다. 음원의 성적을 떠나 매우 뿌듯하고 애착이 간다.

-‘보코2’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버지의 형제들부터 삶이 음악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집안 내력이다. 그런 분들이 나보다 더 좋아하더라. 평생 해야 할 효도를 이번에 다 한 것 같다. 그간 부모님이 친구들에게 자식 자랑을 못 했다. 이번 계기로 그런 기회를 만든 것 같아 뿌듯하다.”

-이예준이라는 이름을 알리게 해 준 곡의 주인공(신용재)과 듀엣을 하게 됐다. 누가 먼저 러브콜을 보냈나.
“사실 대학교 과 후배다. 서로 인사를 하던 사이다. (신용재에게) 피해를 주고 있나 걱정이 들 정도로 잘 도와줬다. 이제는 가요계 선배가 된 신용재의 대학 입학 실기 시험장에서 그의 노래를 들었다. 꼭 한 번 함께 무대에 서보고 싶었다.”

-‘보코2’ 코치였던 강타가 ‘약속’을 듣고 뭐라 하던가.
“‘곡 좋다’고 하더라. 아직도 강타 팀이었던 친구들과 단체 메시지창이 존재한다. 신곡과 앨범 재킷을 보고 다들 난리였다. (웃음) 다들 턱을 포토샵으로 보정했냐고 묻더라.

-재킷에 후 보정 작업이 많이 진행됐나.
“색감 정도만 만진 걸로 안다. (웃음) 그들이 말하는 턱은 전혀 건들지 않았다.”

-사실 이예준 하면 슬픈 노래 아닌가. 이번 곡은 좀 다르던데.
“그렇다. 나도 아직은 슬픈 노래가 편하지만, 이번 노래 그리 가벼운 곡은 아니다. 매우 묵직한 곡이다. 결혼한 분들이 들으면 더 좋을 그런 사랑 노래다. 프러포즈용 곡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곧 슬픈 곡도 발표할 계획인가.
“슬픈 곡 기다렸던 분들을 위해 애절한 노래 불러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한을 속으로 삭혀야 하는 곡보다 감정을 표출하는 곡을 좋아하고 워낙 슬픈 노래를 많이 불러왔다. 실제로 눈물도 많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제대로 슬픈 곡을 불러보고 싶다.”

-노래하며 가장 기쁘거나 보람될 때는 언제인가.
“가끔 내 노래를 듣고 남자 분들이 눈물을 흘리시곤 한다. 그런 분을 볼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 가슴 속에 느껴지는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죽을 때까지 음악 하며 사는 것이 꿈”

-‘보코2’ 출연 후 삶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삶은 변한 게 없다. 불편해지거나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드물다. 나도 그대로인데 주변 사람들이 날 대하는 것들이 변했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지인에게 나를 소개할 때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상금 3억 원이 가져다준 변화는 없었나.
“(웃음) 앨범 제작과 관련된 일에 2억 원이 쓰였고 나머지 돈은 어머니와 반으로 나눴다. 난 지인들과 맛있는 것들을 먹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데 사용했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아 새로 산 것은 거의 없다.”

-적금을 들거나 저축은 하지 않은 건가.
“인생은 새옹지마. 준비도 좋지만, 현재를 즐기며 살자는 가치관이다. 허투루 쓰진 않지만 무작정 모아둘 생각은 없다.”

-꿈꾸던 가수가 되어보니 막상 어떤가.
“‘뭐하시는 분이세요’라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었다. 이젠 데뷔를 했으니 ‘가수’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최고의 선물 아닌가.”


▶“오디션 꼬리표 아닌 훈장, 나만의 매력 어필할 것”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오디션 꼬리표가 프로의 세계에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꼬리가 아닌 훈장이다. ‘보코2’ 출연 전까지는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는 법과 내 장점이 무엇인지 몰랐다. ‘보코2’는 이예준이라는 사람을 발견하게 한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부담감보다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다.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

-대중들은 ‘보코1’ 우승자 손승연과 비교하곤 한다.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손승연은) 개인적으로 팬이다. KBS2 ‘탑밴드’ 때부터 보고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난 손승연처럼 노래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경쟁보다는 우리 두 사람이 ‘다르다’라는 것을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 난 나의 장점을 알고 있고 내 음악 인생은 누구와도 같지 않다. 나만의 음악 인생을 살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가수로서 꿈이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음악을 하는 것이다. 가수 윤복희와 조용필을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두 분은 내 삶의 롤모델이다.”

-어떤 음악 하고 싶은가.
“슬픈 음악. 대중이 내 음악을 듣고 그들의 과거를 추억했으면 좋겠다. 아픈 기억은 지우고 싶겠지만, 그런 기억마저도 노래를 통해 아련하게 회상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유니버설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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