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팀 퇴장에 수적 우위 불구 같은 템포
게임 리드했지만 확실한 임팩트는 못 줘
김진수·이용 좌우 풀백 움직임 상대 압박
장점 못 보여준 이근호, 앞으로 발전 기대
Q : 전체적인 흐름은 어땠나.
A : 내용면에서는 괜찮았다고 본다. 경기 운영은 물론, 상대를 압박하면서 90분 내내 흐름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 다만 경기는 지나치게 평범했다. 코스타리카의 공격이 거의 없었는데, 우리 공격진이 게임은 리드했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보이지는 못했다.
Q : 평범했다는 것 이외에 아쉬움은 없었는지.
A : 두 가지를 꼽고 싶다. 먼저 공격적으로 볼을 점유했지만 골로 연결하는 마무리와 결정적인 순간에 볼이 여러 차례 끊겼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상대가 퇴장 당했을 때 이후의 상황이다. 어차피 평가전이다. 우리의 장단점을 꼽기 위한 기회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더 과감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쓸 수도 있었다. 이기고 있지만 0-1로 뒤지고 있을 때를 가정할 수도 있고, 볼 점유율을 더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수적 우위와 관계없이 늘 같은 템포를 유지했다. 물론 선수 모두가 실수하지 않으려는 건 이해하는데, 상대에 따라 우리도 변할 때는 변했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Q : 측면 루트를 많이 활용하려는 인상이 짙었다.
A : 그건 당연한 선택이다. 벤치가 잘 판단했다. 상대의 측면이 우리가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위치였다. 코스타리카는 한국을 맞이해 스리(3)백을 내세웠다. 상대 미드필더 좌우 날개의 포지션 전환이 늦었기에 우리는 그 쪽에 볼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에 적절히 대응한 셈이다. 우리의 좌우 풀백 움직임은 많이 좋았다. 왼쪽 풀백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와 오른쪽을 책임진 이용(울산 현대)의 활동폭과 활동량이 상당히 많았다. 계속 압박하고 뚫어주면서 동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Q : 공격수로 나선 이근호(상주 상무)의 플레이를 평가한다면?
A : 이근호는 수비수들의 시선에서 볼 때 굉장히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공간을 잘 찾아내고, 적시적소 위치선정을 잘해주는 타입이다. 하지만 이번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이런 장점이 많이 드러나지 못했다. 물론 골 결정력은 지금 당장 주문해 내일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근호는 기량이 충분하다. 검증도 이뤄졌다. 아직 동계훈련을 마친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달라질 수 있다.
Q :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을 많이 부여했는데.
A :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 오른쪽 윙 포워드 고요한을 빼고 이 자리에 이승기와 김태환을 투입했다. 종료 직전 박종우 대신 송진형을 넣었다. 이는 선수들의 개인 평가를 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가급적 많은 시간을 부여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또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 했다. 지금은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향한 과정이다. 전술적인 부분보다는 선수 개인 움직임과 역량을 점검하고, 이들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선발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과의 조화와 조합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향후 멕시코(30일 오전 11시·샌안토니오 알라모 돔)-미국(2월2일 오전 7시·카슨 스텁허브 센터) 평가전에서도 이 기조가 많이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철저히 개인 능력을 테스트해보는 건 당연하다. 팀을 만들고, 또 이에 대한 평가를 한 뒤 조직력을 점검하는 건 3월 그리스 원정 평가전 이후부터다.
Q : 중앙 수비진이 약간 실수를 한 것 같은 장면도 있었는데.
A : 강민수와 김기희의 조합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과감한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 더욱이 코스타리카가 많은 공격을 시도한 것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우리 측이 ‘치명적이었다’고 할만한 실점 위험은 드물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