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황태자’ 김민우 희망 쐈다

입력 2014-0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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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전 과감한 돌파와 적극적 슛…강한 인상

김민우(24·사간도스)가 컴백했다. 비록 화려하지 않았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보이며 2014브라질월드컵 출전을 향한 희망의 불꽃을 지폈다. 브라질 포스 도 이구아수를 거쳐 미국으로 이어진 국가대표팀 강화 훈련에 나선 김민우는 신년 첫 평가전이던 26일 코스타리카전(1-0 한국 승)을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일주일 간의 이구아수 캠프에서 만난 네덜란드 출신의 안톤 두 샤트니에 전력분석담당 코치는 “훈련 때 살펴보니 왼쪽 날개 역할을 하는 선수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김민우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대표팀 관계자도 “(김)민우의 눈빛이 살아있다”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김민우는 단연 눈에 띄었다. 공격수 이근호(상주 상무)와 유기적인 위치 변화를 통해 공간을 열었고, 본래 포지션인 왼쪽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와 적극적인 슛 시도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득점이나 어시스트 등 공격포인트를 챙길 수 없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작은 체구(172cm)이지만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도 동료들에게 많은 힘이 됐다.

김민우의 급부상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또 있다. 사실 그는 홍명보호 ‘원조 황태자’였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연령별 대표팀을 지휘한 홍명보 감독의 전력 구상 속에 항상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정작 꿈에 그린 2012 런던올림픽 본선 무대에는 나서지 못했다. 자칫 실의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부활을 꿈꿨다. 일본 J리그 사간도스에서 김민우와 사제지간을 형성한 윤정환 감독도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회복을 했다. 올림픽에서의 아픔을 통해 더 성장했다”고 했다.

그렇게 다시 돌아왔다. 물론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밟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가 맡은 왼쪽 윙 포워드는 대표팀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 유럽 무대를 수놓고 있는 손흥민(레버쿠젠)과 김보경(카디프시티)이 버틴다. 베테랑 공격수 염기훈(수원 삼성)이 가진 존재감도 상당하다. 주전에 백업까지 채울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노력하는 자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를 능가할 수 있다는 걸 김민우는 믿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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