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두산 니퍼트 “日 진출 생각없어… 한국은 제2의 고향”

입력 2014-01-28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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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니퍼트.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두산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3)가 소속팀과 재계약해 올해로 한국에서 4번째 시즌을 맞게 됐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2011년 한국 무대에 진출한 니퍼트는 지난 3년간 38승 20패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하며 두산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51차례나 기록하며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해 ‘이닝이터’의 견고한 모습도 보여줬다.

니퍼트는 또 평소 온화한 성격으로 동료들과의 융화에도 힘쓰며 어린 선수들로부터 “퍼트 형”으로 불릴 만큼 경기 외적으로도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산이 올 시즌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28)와 타자 호르헤 칸투(32)도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니퍼트가 한국야구에 대한 조언은 물론 다양한 정보를 알려줘 무척 고맙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취재진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두산의 스프링캠프를 방문해 올해도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니퍼트를 만나 그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니퍼트와의 일문일답.

-두산과의 재계약을 축하한다.

“고맙다. 나 역시 두산과 재계약해 한국에서 계속 뛸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올해로 벌써 한국에서 4번째 시즌이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예상했나?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 처음 갈 때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낸 지난 3시즌을 돌아보면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물론 한국 팬들과 두산 동료들 등 정말이지 많은 것을 얻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 한국에서 다시 뛸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한국에서 성공한 비결을 꼽자면?

“야구는 어디에서 하든지 다 같은 야구이지만 한국에 처음 갈 때는 언어나 문화 등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편견을 갖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려는 오픈 마인드와 겸손한 태도 등이 한국무대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더스틴 니퍼트. 동아닷컴DB


-한국에서의 생활 중 가장 불편한 점을 들자면?

“불편한 것은 없다. 다만 내가 워낙 한적한 시골에서 자랐고 아직도 그곳에 살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지 사람이 많은 한국사회가 낯설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사람들과 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전혀 없다. 그래서 시즌 중에도 집에 있기 보다는 팀 동료 또는 식구들과 함께 외출해서 한국을 둘러보고 경험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동안 한국에서 경험했던 가장 큰 문화적인 충격을 꼽자면?

“(웃으며) 나는 아직도 한국어 실력이 형편없다. 그러다 보니 마운드 위에서 야수들과 원활한 언어소통을 하지 못해 아직도 수신호를 이용한다. 언어적인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충격은 없다.”

-혹시 한국 팬들이 지어준 당신의 별명을 알고 있나?

“모른다. 무엇인가?”

-한국 팬들은 당신의 이름(니퍼트)과 ‘하느님’이란 단어를 조합해 ‘니느님’이라고 부른다.

“하하. 정말인가? 전혀 몰랐다.”

-마음에 드나?

“과분하다. 욕을 제외하면 팬들이 나를 어떤 애칭으로 불러도 다 좋다. 하하.”

-당신 부인과 아이들(아브리와 케이든)은 잘 지내고 있나?

“다들 잘 지내고 있다. 지금은 학교에 다녀야 하기 때문에 집이 있는 오하이오 주에 있다. 조만간 나를 보기 위해 애들 엄마와 함께 이곳 애리조나에 올 예정이다.”

-일본에서 당신을 영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그렇다. 한국에서 첫 번째 시즌을 치른 뒤 복수의 일본 팀들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한국야구에 적응했고 한국문화와 두산 동료들 등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이 많았기 때문에 굳이 일본에 진출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한국은 내 고향처럼 편하고 좋다.”

더스틴 니퍼트. 동아닷컴DB


-아픈 기억이겠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정말 아쉽게 졌다.

“그랬다. 우리가 이겼어야 했는데 정말이지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패인을 꼽자면?

“먼저 3승을 거뒀을 때 틈을 주지 않고 밀어붙여서 끝냈어야 했는데 잠시 방심한 것 같다. 삼성이 워낙 강팀이라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그들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정말 아쉽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시즌 전에 항상 다짐하는 것이 있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면서 팀에서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 호투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지만 그것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마음 속에 담아 두겠다.”

-지난해 사비를 들여 어린이 1000명을 야구장으로 초대해 직접 사인한 모자와 유니폼 등을 나눠주는 선행을 펼쳤다.

“한국에 진출한 뒤 열정적인 팬들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많이 생각했다. 한국에서 받기만 하지 말고 무언가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인데 경기장에 초대된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맑고 밝아서 보람이 더 컸다. 그 동안 한국에서 받은 과분한 사랑에 비하면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올해도 그 선행을 이어갈 것인가?

“(주저 없이) 물론이다.”

-인터뷰를 위해 사전에 조사해 보니 동생도 야구를 한다고 들었다.

“쌍둥이 동생을 말하는 건가?”

-아니다. 쌍둥이 동생인 데릭(Derek) 말고 막내 동생을 말한다.

“막내 동생은 아직 야구를 하고 있다. 올해 고3인데 (웃으며) 나처럼 키가 크지는 않지만 투수와 내야수를 맡아 열심히 하고 있다. 향후 대학에 진학하든지 아니면 메이저리그에 지명될 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부상 때문에 일찍 은퇴한 쌍둥이 동생과 아버지가 오하이오에서 막내 동생을 잘 돌봐주고 있기 때문에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한다.”

두산의 외국인 선수들. 호르헤 칸투, 더스틴 니퍼트, 크리스 볼스테드(왼쪽부터). 동아닷컴DB


-한국서 시즌이 끝나고 미국에 오면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주로 푹 쉬는 편이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사냥을 자주 한다.”

-올 해 당신의 고향 오하이오에 눈이 많이 온 걸로 안다.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눈이 내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추운 날씨는 물론 눈을 매우 좋아한다. 게다가 눈이 오면 사냥을 하는데도 매우 유리하다.”

-니퍼트 인생에 야구가 없었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평생 야구만 했기에 내가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하.”

-올해 두산에 입단한 타자 호르헤 칸투와 지난 2010년 텍사스에서 같이 뛰었다.

“그랬다. 안 그래도 칸투가 두산과 계약하기 전에 이메일과 전화문자 등을 통해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칸투는 또 한화에서 뛰었던 가르시아와도 매우 친하다. 칸투는 정말이지 에너지가 넘치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동료이다. 분명 그는 올 시즌 우리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그런 그와 다시 한 번 더 같은 팀에서 뛰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끝으로 당신과 같은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 어린이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나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 주위에서 ‘절대 메이저리그 선수가 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 자신을 믿고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뤘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누구든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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