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핸드볼 ‘아시아 최강’ 환상 깨라

입력 2014-0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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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핸드볼이 수렁에 빠졌다.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하며 아시아선수권 4연속 우승이 좌절됐고, 2015카타르세계선수권대회 티켓도 날아갔다. 사진은 1월 29일 열린 한국-우즈베키스탄전. 사진제공|대한핸드볼협회

■ 사상 첫 亞선수권 4강 실패 충격

사우디전 승리 불구 골득실 조3위 밀려
약체 우즈벡 상대 13점차 승리 화 불러
쉽게 봤던 바레인전서도 역전패 수모
안이한 대처·공수 부실…재정비 시급

한국남자핸드볼이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에서 4강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대표팀은 3일 A조 예선 최종전인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28-24로 승리했으나, 이어 열린 바레인-이란전이 30-30 무승부로 끝나면서 골득실차에서 뒤져 조3위에 그치며 4강 티켓을 놓쳤다. 아시아선수권 4연속 우승에 실패한 것은 물론, 이번 대회 4위까지 주어지는 2015카타르세계선수권대회 티켓도 날아갔다. 당장 9월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도 쉽지 않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온 남자핸드볼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 안이한 대처가 부른 참사

한국은 A조에서 3승1무1패를 기록해 이란(2승3무)과 승점(승리 2점·무승부 1점)이 7점으로 같았다. 이란과 비겼기에 승자승 원칙도 적용되질 않았다. 결국 골득실차로 희비가 갈렸는데 약체 우즈베키스탄전의 점수차가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란이 우즈베키스탄을 54-22로 대파한 반면 한국은 32-19, 13점차로 이긴 것이 치명적이었다. 바레인을 꺾으면 된다고 보고 안이하게 대처하다 화를 부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홈팀 바레인에 1점차(25-26)로 패했다. 이 때문에 자력진출 가능성이 사라지고, 3일 바레인이 이란을 이겨주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처지로 몰렸다. 대표팀은 3일 사우디전을 끝낸 뒤 경기장에 남아 이어진 바레인-이란전을 지켜봤지만, 행운의 여신은 한국을 외면했다.


● 부상에 발목 잡혀 공수 총체적 난맥

대표팀은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훈련 중 레프트윙 남덕준이 어깨 부상으로 하차했다. 바레인에 와서도 첫 경기 이란전에서 레프트윙 정한, 두 번째 중국전에서 센터백 정의경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조직력 위주에 선수층이 얇은 한국 실정에서 주력선수들의 부상은 공격과 수비를 크게 흔들었다. 속공은 사라졌고, 수비에는 구멍이 뚫리기 일쑤였다. 윤경신, 백원철 등 과거 남자핸드볼을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무적으로 만들어줬던 선수들이 은퇴한 공백은 우려 이상으로 컸다. 에이스가 사라진 남자핸드볼은 위기상황에서 해결 능력도 떨어졌다. 바레인전에서 전반전 8-2까지 앞서다 역전당한 것이 극명한 사례다.


● 한국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다!

한국이 바레인, 이란, 사우디 등과 죽음의 조에 들어간 것도 불운이었다. 한국은 아시아선수권 우승팀이었기에 A조 톱시드를 배정받았다. B조 톱시드는 카타르였다. 그런데 개최국 자격으로 2개 조 중에서 한 조를 선택할 수 있었던 바레인이 카타르를 피하고, 한국을 고른 것은 의미심장하다. 중동국가들이 더 이상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실제 바레인은 한국을 능가하는 스피드를, 이란은 힘을 보여줬다. 용병을 사와서 대표팀을 만든 카타르는 더 막강하다. 이제 남자핸드볼이 더 이상 아시아 최강이라는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날 때가 왔음을 바레인의 비극은 말해준다.

마나마(바레인)|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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