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중국한테도 단물 빨리고 ‘쭉정이’만 남는 K리그?

입력 2014-0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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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얀·하대성·박종우…‘K리거 중국 러시’ 어떻게 봐야 하나?

올 겨울 중국리그로 떠난 선수만 10명 육박
연봉총액 공개·구단 긴축경영 후폭풍 여파?
유소년 육성·내실경영 등 위기 극복 나서야


박종우(25)가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부리로 이적했다. 올 겨울 K리그에서 중국으로 떠난 선수만 10명 가까이 된다. 이 중 데얀(장쑤 세인티)과 하대성(베이징 궈안)은 K리그 톱클래스 수준의 플레이어다. 국가대표 주전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도 이미 중국에서 뛰고 있다.

K리그 출신 중국 리거들로 베스트11을 짜도 K리그보다 낫겠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온다.


● 중국러시 시장 현상

허리띠를 졸라매는 K리그 구단들이 선수를 중국으로 보내고 받는 이적료는 가뭄에 단 비다. 선수 본인도 꽤 많은 연봉을 챙긴다. 또 작년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며 중국 리그 위상도 높아졌다. 제2의 광저우를 꿈꾸는 구단도 늘고 있다. 물론 최근 사례만 보고 중국 리그가 K리그나 일본 J리그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몇몇 구단의 천문학적인 투자나 1∼2명의 유명 스타에만 의존하다가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중국리그가 모래성이 될지 튼튼한 만리장성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선수들의 중국진출이 돈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사실이다.


● 모든 게 연봉공개 탓?

데얀과 하대성, 박종우의 이적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연봉공개다. 프로축구연맹은 작년 초 K리그 각 구단의 연봉 총액을 공개했다. 이후 몇몇 구단이 인건비를 대폭 줄이면서 시장이 얼어붙었다. 연봉공개가 구단들의 예산 삭감으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간판선수들이 중국으로 떠나 K리그가 아시아 2류 리그로 전락하게 생겼다며 연봉공개 자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나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왜 연봉공개 후에 몇몇 구단이 허리띠를 졸라 매기 시작했을까. 경기한파 등 여러 영향이 있겠지만 더 중요한 원인이 있다. 모 축구인은 “연봉공개로 볼멘소리 하는 구단은 정해져 있다. 그 구단들은 지금까지 선수 인건비를 책정하며 다른 구단도 다 자기만큼 쓴다고 보고해온 것이다. 그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 문책을 당하고 예산을 줄이는데 급급하다. K리그 발전을 위해 앞으로 이런 운영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연봉공개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곪아 터졌을 일들이다. 그 때 가서는 훨씬 상황이 심각해졌을 것이다”고 일침을 놨다.


● 매력적인 K리그 만들어야

K리그의 긴축 경영은 앞으로 2∼3년 더 지속될 것이다. 간판선수들의 중국러시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중요한 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이 한파를 이겨내고 나중에 꽃을 피우려면 지금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큰 틀에서 방향을 잡고 세부 과제를 실천해나가야 한다. 유소년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투명하고 알찬 구단경영을 통해 유럽 최고 리그의 영광을 되찾은 독일 분데스리가가 모델일 수 있다.

아니면 네덜란드처럼 아시아의 빅 마켓은 중국이나 일본에 내주더라도 어린선수를 키워 높은 가치를 받고 팔 수 있는 강소 리그를 꿈꿀 수도 있다. 어쨌든 몇 년 안에 투자자(모기업이든 스폰서든)들이 K리그에 관심 갖고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놔야 한다.

모 축구 관계자는 “이러다가 유망주는 유망주대로 고교나 대학 졸업 후 K리그에 안 오고, 간판선수는 그들대로 K리그에서 조금 컸다 싶으면 중국으로 나가 나중에는 정말 K리그에 쭉정이 같은 선수들만 남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쭉정이라는 말이 거슬렸지만 너무 현실적인 단어라 더 섬뜩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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