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기자의 소치 에세이] 하그스마 “거만한 크라머 보다 친절한 한국선수 응원”

입력 2014-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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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여성팬 빌리 하그스마는 친절한 한국스피드스케이팅선수들에 반해 남자 5000m가 펼쳐진 8일(한국시간) 경기장을 찾아 태극기를 들고 응원전을 펼쳤다. 소치|홍재현 기자

태극기 흔든 네덜란드 여성 하그스마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네덜란드의 강세가 두드러졌습니다. 벌써 남자 500m와 5000m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휩쓸었습니다. 여자 500m에선 이상화(25·서울시청)가 1위를 차지했지만, ‘오렌지군단’의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네덜란드에서 스케이팅은 생활체육입니다.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화를 신고 얼음판을 지치는 게 마치 한국 어린이들이 태권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스벤 크라머(28)의 경우 한국의 김연아(24)만큼 인기를 누린다고 합니다.

소치에도 대규모의 네덜란드 응원단이 찾아와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렌지 물결 속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 태극기를 들고 있던 여인은 네덜란드인이었습니다. 자신을 빌리 하그스마(41)로 소개한 그녀는 한국선수단의 단복 색깔인 흰색 점퍼를 입고 목청이 터져라 ‘코리아’를 외쳤습니다.

하그스마는 25년간 스피드스케이팅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2006토리노동계올림픽 때 이강석(29·의정부시청)의 레이스를 보고 반해 한국스피드스케이팅을 알게 됐고, 응원을 시작했습니다. “이상화는 최고예요. 이승훈, 모태범도 정말 멋지죠. 운동도 잘 하지만 한국선수들은 굉장히 좋은 플레이어이자 좋은 사람들이에요. 요청하면 사인도 잘 해주고 인사도 잘 받아주죠.”

하그스마는 눈을 반짝이며 한국선수들의 칭찬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 응원단 속에서 홀로 태극기를 들고 당당히 한국선수들의 이름을 외쳤습니다. 사실 네덜란드대표팀에는 빼어난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은 훌륭한 선수들이지만 좋은 사람들은 아니다”며 “크라머의 경우도 팬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거만하다. 한국선수들과 천지차이”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하그스마는 아쉽게도 8일(한국시간) 남자 5000m에 출전한 이승훈(26·대한항공)의 경기만 보고 조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로 돌아가서도 한국선수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고! 코리아(Go! Korea)!” 이방인이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인 하그스마의 응원이 한국선수들의 마음에 닿길 바랍니다.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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