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152km…김광현 부활의 비밀

입력 2014-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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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스프링캠프에서 기록한 시속 152km. 류현진(LA 다저스)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 좌완투수로 불렸던 SK 김광현이 부상과 부진, 그리고 기나긴 재활과 보강훈련 끝에 파이어볼러로 돌아왔다. 스포츠동아 DB

작년 수술 대신 재활 후 10승 ‘절반의 성공’
등근육 강화 후 어깨통증 회복 자신감 찾아
류현진 보며 ML 꿈…내년 해외 진출 자격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2경기서 4이닝 무안타
올해 인천AG 金따고 해외 진출 목표 설정


SK 김광현(26)은 25일 일본 오키나와 요미탄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2군과의 연습경기에 2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무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2경기에서 4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25일에는 최고 구속 152km를 찍었다. 이제는 지긋지긋한 어깨 부상의 후유증을 완벽하게 털어버린 모습이다. 김광현은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구단의 동의 하에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어느 때보다 목표의식이 분명한 한 해다. ‘파이어볼’을 회복한 그는 충만한 자신감으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 김광현은 어떻게 재활에 성공했나?

김광현은 2012시즌 종료 후 수술과 재활의 기로에 섰다. 미국과 한국의 전문의들은 수술을 권했다. ‘어깨 관절 와순파열(슬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2007년 데뷔 이후 아시아시리즈, 올림픽 예선과 본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예선과 본선 등으로 비시즌에도 쉴 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몸에 이상이 생겨도 승부욕 때문에 ‘난 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2010시즌 이후 어깨가 안 좋았을 때는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광현은 전문의들의 권유와는 달리 재활을 선택했다. “2013시즌에도 안 되면, 그 땐 수술을 받겠다”는 벼랑 끝 각오였다. 주변에선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0승을 거두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냈다. 그 비결에 대해 김광현은 “견갑골 근육의 보강”이라고 밝혔다.

김광현의 왼쪽 어깨는 오랜 투구의 후유증으로 인해 앞쪽으로 말려 있었다. 어깨 관절이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투구 시 관절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이 많았다. 그 결과 와순파열이 생겼다. SK 허재혁 트레이닝코치는 “슈퍼카의 엔진에 소형차의 브레이크가 달려 있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광현은 허 코치의 도움 하에 어깨 관절과 등이 이어지는 견갑골 부위를 집중 단련했다. 등 근육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어깨가 뒤쪽으로 곧게 펴졌다. 현재는 투구 시 어깨 관절이 회전할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 있다. 지난 시즌 직후 메디컬체크에서도 큰 이상이 없었다. 김광현은 트레이닝 파트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지만, 허 코치는 “다 광현이가 열심히 운동한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 파이어볼러가 돌아왔다!

김광현의 주무기는 시속 150km를 웃도는 강속구다. 그러나 어깨 부상을 겪던 시절에는 직구의 구위가 현격히 떨어졌다. 그는 “공이 한참을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지금쯤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가야 하는데, 왜 안 들어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어깨 통증에서 벗어나자 ‘파이어볼’이 돌아왔다. 무엇보다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이 공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제는 제 시간에 공이 들어가는 것 같다. 공 끝이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개막 즈음이 되면, 구속은 더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은 직구,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를 구사한다. 구종이 단조롭다는 지적도 받았다. 변화구를 연마하려면 스프링캠프에서 충분히 공을 던져야 하는데, 어깨 통증이 있던 시절에는 그 시기 주로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러나 올 전지훈련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올 겨울엔 훈련량이 충분했다. 특히 커브와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다. 직구와 슬라이더 모두 ‘강’의 구종이기 때문에, ‘약’의 구종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 무르익는 메이저리거의 꿈

SK 최창원 구단주(SK케미칼 부회장)는 1월 시무식에서 “SK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후보 0순위다. 구단 입장에서도 올 시즌 김광현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보내주지 않을 명분이 부족하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야구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 따르면, 현지에서 김광현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SK의 플로리다 1차 스프링캠프에는 메이저리그 3개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나타나 김광현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김광현은 “아직 시즌이 시작도 안한 상황이라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한 뒤 “(류)현진(LA 다저스)이 형에게 항상 감사하다. 형이 잘 하면서 한국선수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해외 진출은 오랜 꿈이다. 지금으로선 일단 시즌을 잘 마치겠다는 생각뿐이다.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구단을 무한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키나와|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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