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강지광 “오키나와 신데렐라로 떴어요”

입력 2014-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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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박병호와 김민성 등 새로운 스타탄생의 요람이 되고 있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LG에서 이적한 강지광(왼쪽)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넥센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넥센은 박병호와 김민성 등 새로운 스타탄생의 요람이 되고 있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LG에서 이적한 강지광(왼쪽)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넥센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넥센 스프링캠프 가장 주목받는 타자 강지광

팔꿈치 부상에 1년전 투수서 타자 전향
‘야구 향한 뜨거운 열정’ 日 전훈서 폭발
타율 5할·홈런 2방…이틀연속 MVP
염경엽 감독 “시범경기 전 경기 기용”


아직은 이름이 낯설다. 2008년 LG에 투수로 입단했지만, 1군 기록이 전혀 없다. 당연한 일이다. 결국 1군 마운드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1년 전 타자로 전향했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5년 만에, 공을 던지는 사람에서 공을 치는 사람으로 변신해야 했다. 스스로 강하게 희망했던 일이라,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신의 몫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유니폼까지 갈아입었다. 파란만장하고 변화무쌍했던 1년이 그렇게 지나갔다.

이제 넥센 외야수 강지광(24)은 비로소 다시 웃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많은 분들이 그냥 제가 ‘투수보다 타자를 꼭 하고 싶었다’는 이유로 전향한 줄 아세요. 사실은 그때 오른쪽 팔꿈치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투수를 할 수는 없는 몸이었거든요. 그런데 야구가 정말 좋아서 그만두지는 못하겠고…. 어떻게든 계속 하고 싶어서 타자를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강지광은 그렇게 꿈을 이어갔고, 요즘 펄펄 난다. 심지어 넥센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주목 받는 타자다. 타율은 5할을 넘고, 홈런도 2개나 쳤다. 특히 24일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와의 연습경기에선 3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23일 한화전에 이어 이틀 연속 팀 자체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확실히 가능성이 많은 선수다. LG 시절 스카우트로 일할 때 직접 뽑았던 선수라 더 믿음이 간다”며 “지금은 무조건 한 타석이라도 더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오키나와 연습경기는 물론 시범경기까지 전 경기에 출장시킬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강지광에게는 엄청난 행운이다. 스스로도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 강지광은 “처음 타자 수업을 받은 지난해에는 2군에서도 30타석 정도밖에 못 나갔다. 그런데 지금 오키나와에 와서 벌써 20타석 가까이 치고 있지 않느냐”며 얼떨떨해했다. 또 “나는 2군도 아닌 3군에 주로 있던 선수였다. 이렇게 1군 스프링캠프에서 함께 훈련하고 경기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신분상승’한 기분”이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인터뷰 도중 곁을 지나치던 선·후배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놀리자 “다들 저보다 대단하신 분들”이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염 감독은 이미 강지광의 활용에 대한 청사진도 세워놓았다. “개막은 2군에서 맞게 할 생각이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1군의 전쟁터에 내보내면, 잘 안 됐을 때의 좌절이 너무 커질 수 있다”며 “2군에서 충분히 경기에 나선 뒤 전반기 막바지쯤 적절한 시기에 불러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1군에 올라와 팀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던 문우람처럼 또 하나의 ‘복덩이’가 탄생하기를 내심 기대하는 듯했다. 강지광은 “내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더 빨리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한 마음뿐이다.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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