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전패 당해라” 킨슬러의 저주 vs “팔길 잘했어” 텍사스의 콧방귀

입력 2014-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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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슬러, 포지션 변경 거부하다 맞트레이드
트레이드 활발한 ML서 친정팀 비난 논란


최근 ‘Sleazeball’이라는 단어가 미국 스포츠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직역하면 ‘보기 싫은 놈’, ‘밉살맞은 놈’이라는 뜻으로 프린스 필더와 맞트레이드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새로 둥지를 튼 2루수 이안 킨슬러(32)가 친정팀 텍사스 레인저스의 존 대니얼스 단장에게 퍼부은 독설이다.

트레이드가 활발한 메이저리그에서 전 소속팀 단장을 향해 이처럼 비난을 퍼붓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이 아니라 ‘보기 싫은 놈’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해 단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도 부족해 “레인저스가 올 시즌 162경기에서 모두 패했으면 좋겠다”는 저주를 퍼부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그렇다면 킨슬러가 이처럼 분노한 까닭은 무엇일까. 2006년 레인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킨슬러는 8년 동안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루키시즌부터 주전 2루수를 꿰찬 그는 통산 타율 0.277, 156홈런, 539타점, 172도루를 기록했고 올스타로도 3번이나 선정됐다. 남들은 한 번도 힘들다는 30홈런-30도루를 2회(2009·2011년)나 달성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단행된 트레이드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일 처리로 킨슬러의 자존심이 크게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2월 초 간판스타 마이클 영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시킨 뒤 레인저스 구단은 킨슬러에게 포지션을 1루수로 변경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19세에 불과했던 유망주 주릭슨 프로파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과거에도 레인저스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영에게 포지션 변경을 요구한 전례가 있었다. 2루수였던 영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뉴욕 양키스로 떠난 이후 유격수로 전업한 것을 시작으로 3루수를 거쳐 1루수로 거듭 변신했다. 영은 군말 없이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러나 킨슬러는 구단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며 포지션 변경을 거부했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대니얼스 단장이 2013시즌을 마치자마자 필더와의 트레이드를 추진한 것이다. 심지어 트레이드가 성사됐다는 소식도 구단이 아니라 다른 곳을 통해 전해들은 킨슬러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헌신짝처럼 취급했다는 생각에 분노가 극에 달했다.

킨슬러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졸지에 ‘밉상’ 이미지를 얻은 대니얼스 단장은 한동안 말을 아끼다 “역시 트레이드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레인저스가 올 시즌 전패를 당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발언에 우리 팀 선수들이 더욱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레인저스 론 워싱턴 감독도 “킨슬러는 자기 생각을 말했을 뿐이다. 우승을 노리는 레인저스가 전패를 당할 일이 없기 때문에 그의 발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최근 4시즌 연속 90승 이상을 거둔 레인저스는 2010년과 2011년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 시즌에도 필더와 추신수를 영입해 짜임새 있는 전력을 구축했다.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강력한 후보다.

킨슬러는 5월 23일부터 홈에서 레인저스와 4연전을 치른다. 첫 텍사스 원정은 6월 25일이다. 친정팀에 저주를 퍼부은 킨슬러에게 레인저스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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