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차지연 “힘들었던 삶의 기억, 내 무대를 만드는 힘”

입력 2014-03-0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근 뮤지컬 카르멘에서 관능적인 매력을 발산했던 배우 차지연이 서편제의 ‘눈먼 소리꾼’ 송화로 돌아왔다. 초연 때부터 함께 해온 이자람의 송화가 ‘소리’에 방점을 찍었다면 차지연의 송화는 ‘한’ 자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오넬컴퍼니

■ 세번째 서편제 ‘송화’ 차지연

뮤지컬 카르멘에서 그동안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관능적이고 뇌쇄적인 매력을 여과 없이 드러냈던 배우 차지연이 서편제로 돌아온다. 남자라면 누구든 빠져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집시여인에서 눈먼 소리꾼으로의 ‘점프’는 사하라사막과 남극만큼이나 거리가 멀어 보인다.

차지연은 서편제에서 주인공 송화 역을 맡았다. 2010년 초연 때 처음 송화를 맡았고 2012년에 이어 세 번째다. 소리에 한이 맺힌 아버지 유봉의 손에 의해 눈이 멀게 되는 비운의 소리꾼이다. 2년마다 어김없이 송화의 흰옷을 입고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의 한을 혈관 가득 채우는 차지연을 만났다.


- 세 번째 서편제다. “또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기분이 어땠나.

“겁이 났다. 지난 시즌에 너무 진이 빠지고 힘들었다. 두 번 다시 안 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인연은 어쩔 수 없나 보다.”


- ‘송화’라는 인물에 대해 더 보여줄 것이 남아 있나.

“이번에는 많이 성숙된 송화였으면 좋겠다. 물론 눈물이 날 것이다. 밖도 밖이지만 안으로도 눈물을 흘릴 수 있기를. 초연을 한 지 4년이나 흘렀다. 그 동안 인간 차지연으로서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았다. 내가 산만큼 송화도 살았다. 전에는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했다면, 이번에는 그냥 무대에 우두커니 서서, 하고 싶은 말을 할 것이다.”


- 노래를 잘 하는 뮤지컬 배우는 많다. 하지만 ‘감정의 호소력은 차지연이 제일’이라는 말이 있다.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나의 삶은 힘들고 어두웠다. 장장 30년이다.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보고,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을 느끼며 살았다. 당시는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런 경험들이 지금은 힘이 되고 있다.”


- 노래를 부르거나 연기를 할 때 삶의 경험이 ‘호소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가.

“작품을 할 때마다 내가 겪은 일들과 비슷한 순간이 너무도 많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너무나 아픈 기억들이지만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되살아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게 공연을 하면서 스스로 치유가 된다는 점이다. 상처가 회복되어지는 것을 공연 때마다 느낀다.”


- 최근 아이다, 잃어버린 얼굴 1895(명성황후 역), 카르멘에 출연했다. 서편제도 송화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여성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작품을 특별히 선호하는가.

“일부러 고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극에서 극으로 확확 가는 게 재밌다. ‘나에게 이런 면도 있다’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차지연이 저런 것도 할 줄 아네’하고 인정해 주시는 분이 한 두 분만 계셔도 내게는 큰 소득이다.”


- 우리나라 배우들의 해외진출이 붐이다. ‘차지연은 해외에서 무조건 통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큰 체격 때문이 아닐까(웃음). 현재는 계획이 없다. 우선은 우리나라에서 잘 다지고 싶다. 다만 서편제가 일본에 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소리’로 우리의 감성을 외국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창작 뮤지컬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