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의 찬스에 완벽한 득점…박주영은 박주영이었다

입력 2014-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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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스포츠동아DB

■ 박주영의 ‘화려한 귀환’

그리스전 45분 출전 전반 18분 결승골
패스·움직임·슛 타이밍…완벽한 3박자
소속팀서 출전 기회 확보가 마지막 숙제


“골 장면만 놓고 보면 더 이상 코멘트를 할 게 없다.”

김학범 스포츠동아해설위원은 6일 그리스 평가전의 박주영(29·왓포드) 득점을 이렇게 정리했다. 수비수 사이로 들어가는 타이밍, 한 번 바운드된 볼을 때리는 슛 모두 나무랄 데 없다는 의미다. 화려한 귀환이었다. 박주영은 최전방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전반 18분 왼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의 2-0 승. 작년 2월 크로아티아와 평가전 이후 13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박주영은 2011년 11월 이후 28개월 만에 A매치 골 맛을 봤다.


● 완벽한 득점

뛰어 들어가는 박주영을 보고 킬 패스를 찔러준 손흥민(레버쿠젠)도 훌륭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박주영의 움직임과 슛이 완벽했다. 김학범 위원은 “바로 그게 박주영의 가장 큰 장점이다”고 했다. 작년 6월 출범 후 늘 골 결정력 부족에 시달리던 대표팀에도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 박주영은 전반만 뛰고 김신욱(울산 현대)과 교체 아웃됐다. 45분 동안 슛을 딱 한 개 날렸는데 골로 연결됐다. 박주영은 이에 앞서 전반 7분 도움도 하나 올릴 뻔했다.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오른쪽 이청용에게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절묘한 패스를 내줬다. 그러나 이청용의 오른발 슛은 골키퍼에 막혔다.


● 몸은 무거워

득점 장면 하나만 빼고 보면 사실 박주영의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다. 김 위원은 “박주영의 몸이 무거웠다. 운동을 안 해서가 아니라 경기를 못 뛰어서 그런 것이다”고 진단했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1년 반 동안 벤치만 달궜다. 올 겨울 왓포드로 이적했지만 선발 1번, 교체 1번이 전부였다. 박주영은 꾸준히 팀 훈련은 소화해 왔다. 왓포드에서는 계속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몸 상태에는 문제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위원은 “운동하는 몸과 경기하는 몸은 다르다. 운동할 때 체력이 좋아 펄펄 날던 선수도 실전에서 60분 만 지나면 쥐가 나기도 한다. 실전 체력은 그만큼 강도가 높다. 박주영도 이런 측면에서 아직 준비가 덜 돼 있다”고 말했다.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축구 전문 분석업체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박주영은 8개의 패스를 주고 10개의 패스를 받았다. 횟수가 너무 적다. 박주영보다 훨씬 적은 20여분 만 뛴 김보경(카디프시티)도 10개의 패스를 주고 9개의 패스를 받았다. 박주영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받은 패스는 2개 밖에 안 된다. 물론 박주영이 중원으로도 적극 나와 동료들에게 찬스를 열어주는 스타일이라 이럴 수 있다. 하지만 박주영 발끝에서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동료에게 나간 패스도 전반 초반 이청용에게 준 패스 1개였다. 종합적으로 박주영이 볼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효과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박주영은 신장(183cm)에 비해 공중 볼 싸움에 능한 선수다. 유럽 진출 초반 몸싸움이 거친 프랑스에서 거구의 수비수들과 숱하게 다투며 길러진 능력이다. 하지만 이날 7차례 공중 볼 경합을 벌여 성공률은 28.6%에 불과했다.


● 남은 시즌 출전 횟수 관건

박주영은 그리스와 평가전에 앞서 방송 인터뷰에서 “저한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안다”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벼랑 끝 찬스를 잡았다. 45분 만 뛰며 진가를 보였다. 대표팀에 자신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입증 했다. 부상 등 변수만 없다면 월드컵에 간다.

관건은 남은 시즌 소속 팀에서의 입지다. 앞으로 출전기회가 많으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곤란해진다. 5월 중순 대표팀이 다시 소집될 때까지 계속 경기에 못 나가면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 모두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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