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비한 삼성화재…‘전승불복’ 리더십 통했다

입력 2014-03-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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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는 역시 강했다. 삼성화재는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승리하면서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품었다. 우승 확정 후 선수들이 뒤엉켜 기뻐하고 있다. 천안|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트위터@seven7sola

■ 삼성화재, 정규리그 우승 원동력

여오현·석진욱 공백으로 불안했던 출발
보상선수 이선규 가세·레오 활약에 ‘숨통’
박철우 부상속 대한항공과 2:2 트레이드
변화 위해 영입한 류윤식 4R서 제몫 톡톡
위기때 빛난 신치용 용병술 찬란한 햇살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카카오톡에는 ‘겸병필승(겸손하면 이긴다) 헌신 존중’이라는 글귀가 있다. 배구단이 추구해야 할 가치이자 매일 자신을 다스리고 리더십을 가다듬는 키워드다. 이번 시즌 신 감독은 한 가지를 더 새겼다. 바로 전승불복(戰勝不復)이다. 손자병법 제6조 허실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전은 전승불복응형무궁(戰勝不復應形無窮)이다. 어제의 승리가 오늘 다시 온다는 보장은 없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손자가 제시한 영원한 승자를 위한 조건이 바로 응형무궁이다. 끊임없이 조직을 변신해 변화하는 상황에 대비하라는 얘기다.

신 감독은 1라운드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승리해 1위가 된 뒤 불쑥 전승불복을 언급했다. “예전 팀이 3번 연속우승 했을 때 어느 팬이 글을 써서 보내줬다. 그 글귀를 항상 간직하고 있다.”

2009∼2010시즌 삼성화재는 변신을 선택했다. 2시즌 연속 우승을 안겨줬던 안젤코를 내보냈다. 표면적인 이유는 돈이었지만 속내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안젤코는 시즌 MVP 타이틀이 왜 자신에게 오지 않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입단 첫해 감독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하던 그가 차츰 불평이 많아졌다. 팀이 그동안 지켜오던 가치가 훼손될 수 있었다.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믿었던 신 감독은 과감하게 안젤코를 내보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키만 큰 가빈을 데려왔다. 결국 삼성은 또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6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는 2013∼2014시즌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3년 주기로 오는 위기였다. 감독은 또 변신을 선택했다. 이강주를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여오현이 현대캐피탈로 나간 것이 아쉬웠다. 베테랑 석진욱도 은퇴했다. 2명의 기둥이 빠졌다. 신 감독은 최근 “그때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돈을 더 주고 계속 데리고 있었으면 더욱 쉽게 시즌을 갈수도 있었겠다”며 털어놓았다.

그러나 원칙대로 하고 싶었다. 샐러리캡 상한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가 원하는 대로 맞춰줄 수가 없었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변화는 필요했다. 수비라인에서 큰 변화를 안고 들어간 시즌이었다. 지난해 10월 미디어데이에서 “올 시즌은 1강2중4약이다. 우리는 4약”이라고 했다. 다른 감독은 엄살이라고 했다. 역시 서브리시브에서 흔들렸다. 수비가 예전만 못했고 조직력도 떨어졌다. 삐걱거렸지만 삼성화재였다. 한국무대 2년차 레오가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보상선수 이선규의 가세로 센터가 탄탄해진 것도 좋았다.

1라운드를 1위로 통과했다. 신 감독은 “우리가 잘하기보다는 상대팀들이 잘 못한 결과”라고 했다. 2라운드도 5승1패로 1위. 변수가 생겼다. 제몫을 해주던 박철우가 지난해 12월10일 러시앤캐시전에서 왼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뛸 선수가 부족해 주전 7∼8명으로 시즌을 버텨야하던 팀에는 악재였다. 신 감독은 “3라운드에서 4승2패를 하면 대성공, 3승3패가 현실적인 목표”라고 했다. 위기의 3라운드였다. 1위를 현대캐피탈에 내줬다. 맞대결에서 또 졌다. 승점 10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고질인 서브리시브 불안을 해소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리베로 이강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윙리시버 고준용도 들쭉날쭉했다.

결단을 내렸다. 또 변화를 줬다. 대한항공과 2-2 트레이드를 했다. 류윤식과 황동일을 데려오고 강민웅 전진용을 넘겨줬다. 중요했던 4라운드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류윤식이 역할을 해줬다. 희망을 봤다. 막판 러시앤캐시와 LIG손해보험에 패해 위기도 있었지만 추격하던 현대캐피탈도 덩달아 주저앉았다. 승점 2를 앞서며 시작한 5라운드는 살얼음 경기였다. 경기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기는 것이 필요했다.

2월18일 한국전력에 자칫 덜미를 잡힐 위기도 있었으나 3-2로 간신히 이기고 승점 1차를 유지했다. 결국 운명의 9일 맞대결까지 승점 1은 유지됐고, 원정에서 라이벌을 누르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원동력은 역시 삼성화재 배구단과 신 감독이 믿는 가치의 확인이었다. 배구는 코트에서 뛰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서 승리를 위해 팀에 헌신하는 것, 기본에서 남들보다 앞서고 범실을 줄여 상대보다 먼저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었다. 승리를 위해 개인생활의 즐거움을 반납하고 수도사 같은 생활을 몇 개월 째 이어온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도 없었다.

“전술보다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정규리그는 무엇보다 팀워크가 좋은 팀이 우승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부터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하겠다.”(신 감독)

이제 삼성화재는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도전에 나선다. 7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한국배구에서 신 감독이 만들어낸 성공 패러다임이 언제까지 효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천안|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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