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몬스터’ 김고은 “이민기와의 액션신, 기절할 뻔”

입력 2014-03-14 1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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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의 미소는 ‘몬스터‘에서도 아름다웠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연기 부담감요? 에이, 이제 한 작품 했는데요.”

배우 김고은(23)은 데뷔작 ‘은교’로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괴물신인’ ‘포스트 전도연’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지만 정작 그는 “갓 데뷔한 신인 연기자일 뿐”이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차기작을 고를 때도 그에게 붙은 수식어를 떼어버리고 시나리오를 봤다. 흥행이나 돋보이는 역할보다는 자신이 즐기고 마음껏 욕심 부릴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 그는 “대학 공연 때도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면 결과가 안 좋더라고요. 반대로 즐겁게 임할 때는 늘 결과가 만족스러웠어요.”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몬스터’(감독 황인호)다. 어딘가는 모자라는 동네 바보이자 미친 복순 역을 맡아 살인자 태수(이민기)와 호흡을 맞췄다.

“복순 캐릭터를 처음 봤을 때 ‘와~ 신기한 아이네’라고 생각했어요. 독특하고 재밌었죠. 긍정적인 느낌이 샘솟았어요.”

복순은 동네에서 유명한 미친 여자지만 똑똑한 구석이 있다. 매일 같이 찾아오는 철거반의 협박에 앞뒤 가리지 않고 들이대는 모습은 모자라 느낌이지만, 동생 은정을 잃은 뒤 살인자 태수를 추격할 때는 제법 지혜롭다.

“미친년이 정말 똑똑했다”고 하자 김고은은 웃으며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와 시장에서 자랐기 때문에 억척스러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와 장사를 하며 삶의 지혜를 터득했던 것 같다”고 자신이 연구한 캐릭터를 설명했다.

김고은은 실제로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다. 말투, 걸음걸이, 표정 등 미친여자 복순이 되려고 다양한 분석과 변신을 시도했다. 그러다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단번에 꽂힌 지적장애아를 보고 당장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생각했던 복순이와 비슷하게 행동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와 하루를 보냈어요. 처음에는 낯을 심하게 가리다가 마음을 여니 한순간에 다가오더라고요. 그 다음부턴 갑자기 감독님께 꿀밤을 때리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헤어진다고 하니 서럽게 울면서 떼를 쓰기도 했어요. 감정 표현을 반 박자씩 느리게도 하고, 빠르게도 하더라고요. 그런 미묘한 점을 자세하게 봤죠.”

‘몬스터’의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이민기와의 싸움신이다. 동생을 죽인 살인마 태수를 추격한 끝에 단판 대결을 펼친다. 태수는 복순을 사정없이 때리고 던진다. 여자라고 봐주지 않았다. 연기를 하면서도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김고은은 “그 때가 체력 소모가 가장 크긴 했다”며 촬영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털어놨다.

“그 장면을 촬영했을 때 몸이 아팠어요. 컨디션이 안 좋은 데 비에 젖어 연기를 하니 오한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난로에 앉아 옷을 말리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거의 기절한 상태로 잠이 들었어요. 일어났을 땐 이미 2~3시간이 흘렀고 촬영도 거의 정리하는 분위기였죠. 제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어서 많이 속상했어요.”

김고은은 2012년 ‘은교’를 통해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괴물신인으로 떠올랐다. 자연스레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차기작에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물어보자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답했다.

“‘은교’로 신인상을 받고 나서 부담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부담감보다 기쁨이 더 컸어요. 제 주변에는 제 인생을 감당해주는 많은 분들이 계신데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와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던 게 좋았어요.”

배우 김고은.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어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과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앞으로 모진 풍파가 있더라도 연기자라는 끈을 놓치지 않는 것이 관객들의 사랑에 대한 보답일 것 같다. 묵묵하다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길게 꾸준히 묵묵하게 작품으로 찾아뵙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고은의 다음 작품은 이병헌, 전도현과 함께한 무협물 ‘협녀 : 칼의 기억’이다. 현재 촬영은 모두 마쳤으며 올해 안에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대선배들과 함께 한 소감을 물어보니 대뜸 “(전)도연 선배랑 찍은 사진 보여드릴까요?”하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전도연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선배랑 저랑 닮았죠?”하며 자랑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도연 선배 작품만 보고 존경심이 생겼다면, ‘협녀 : 칼의 기억’을 찍고 나서는 인간적인 면도 존경하게 됐어요. 병헌 선배도 마찬가지고요. 그 분들을 보면서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구나’는 생각을 했어요. 돌이켜 생각하면 현장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미래에 선배들과 같은 선배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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