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 생각하며 이 악물고 재활에 집중했다.” 지난해 낙차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은퇴까지 고민했던 베테랑 김영섭(39). 그러나 가장으로서 그가 무겁게 느낀 책임감은 5개월의 부상 공백을 이겨내고 최근 2연승의 부활 질주를 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작년 낙차사고로 큰 부상…은퇴 고민
아내와 딸을 생각하며 재활에만 집중
후유증에 12경기 무승 뒤 2연승 부활
“욕심 버리고 3착 내 진입 목표로 최선”
무인불승(無忍不勝).
‘참지 못하면 이기지 못한다’는 뜻으로 백전노장 김영섭(39·8기·수도권)의 좌우명이다. 그가 부상 등 숱한 시련을 딛고 불혹의 나이를 앞둔 지금까지 경륜 최고등급인 슈퍼특선급에서 활약할 수 있는 데는 이 좌우명의 영향이 크다.
김영섭은 2013년 7월 경주 중 낙차사고로 은퇴를 고민해야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당시 그는 골반 뼈에 3cm나 금이 가고, 무릎과 어깨 인대를 다쳐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5개월 만에 다시 경주로에 섰다. 복귀 후 한때 부상 후유증으로 12연속 무승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 2연승으로 건재를 알렸다. 길고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봄꽃이 더 진한 향기를 풍기듯 역경을 딛고 부활 질주를 시작한 김영섭을 만났다.
- 큰 부상을 이겨냈다.
“지난해 내 나이가 ‘삼재’에 들어선 탓인지 불운이 이어졌다. 낙차로 2개월간 입원을 하는 바람에 근육이 약해져 선수생명의 위기가 왔다. 수입이 끊겨 가장으로서도 힘들었는데 간호하는 아내와 7살 딸을 위해 이를 악물고 재활에 집중했다.”
- 긴 슬럼프를 딛고 최근 2연승을 했다. 몸은 완전히 회복됐나.
“사실 운이 좋았다. 아직 정상이 아닌 몸 상태에서 경주 운영으로 풀어간 경주였다. 앞으로도 욕심을 버리고 3착 내 진입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자전거와의 인연은.
“어릴 때 꿈은 야구선수였다. 그런데 야구명문 배명중이 아닌 사이클부가 있던 강동중(현 송파중)에 배정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훈련을 마치고 교내로 들어오는 사이클 선수들이 멋있게 보여 입문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는.
“빅매치 우승보다 2003년 2월 23일 창원에서 열렸던 일반 경주 결승을 잊을 수 없다. 데뷔 3년차로 인지도가 낮았는데, 1착을 하면서 쌍승식 464배의 고배당을 터뜨렸다. ‘대박맨’이라는 제목의 내 기사를 보고 기분이 묘했다. 기왕이면 실력이 뛰어난 선수로 언론에 소개되고 싶어, 그 경주를 계기로 추입에서 선행으로 주전법을 바꿨다.”
- 평소 즐기는 음식과 취미는.
“경륜은 체력이 생명이라 단백질 보충을 위해 쇠고기를 즐겨 먹고, 틈틈이 장어즙을 복용한다. 골프를 배워 다섯 번 정도 필드에 나갔는데, 작은 구멍(홀)에 공을 집어넣는 것이 쉽지 않았다. 취미가 즐거움 대신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아 지금은 골프채를 멀리 하고 있다.”
-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성적 때문에 지나친 스트레스를 안받았으면 좋겠다. 경륜은 흐름과 정신력 싸움인데, 마음의 부담이 있으면 성적을 낼 수 없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정신력을 키워야 정글같은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