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중국 간 특급 용병들 비해 몸값 낮춰 영입 ‘하향 평준화’

입력 2014-04-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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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초반 K리그 클래식에서는 외국인 공격수들의 활약이 저조하다. 득점 부문에서는 국내파인 울산 김신욱(왼쪽)과 부산 양동현이 1·2위를 달리며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외국인선수 공격 상위권서 실종, 왜?

데얀·에닝요 등 K리그 주름잡던 킬러 빠져
구단 예산 압박에 위험부담 없는 용병 선호
한국 무대 처음인 선수는 적응에 시간 걸려
김신욱·양동현 등 국내선수 약진은 희소식

K리그 클래식(1부리그) 5라운드를 마친 결과 개인타이틀 순위를 살펴보면 특이한 현상이 눈에 띈다. 상위권에서 외국인선수들을 보기가 힘들다. 득점 부문에선 김신욱(울산)이 5골로 단독 선두, 양동현(부산)이 3골로 2위다. 2골 이상을 넣은 선수가 11명인데, 외국인선수는 경남 스토야노비치와 전남 스테보(이상 세르비아) 등 2명뿐이다. 도움 부문도 비슷하다. 이명주(포항)가 4개로 1위, 한상운(울산)과 안용우(전남)가 2개씩으로 2위다. 이어 19명이 1개씩의 도움을 올렸는데, 외국인선수는 수원 산토스(브라질)뿐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외국인 공격수들의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 하향평준화된 외국인 공격수

외국인 공격수들이 개인타이틀 경쟁에서 뒤로 밀리고 있는 현상은 K리그에 불어 닥친 경기 한파와 영향이 있다. 리그를 주름 잡던 외국인 공격수들이 거대자본을 앞세운 중국프로리그로 빠져나갔다. 지난해까지 득점왕 3연패를 달성했던 데얀은 올 시즌 장쑤 세인티로 둥지를 옮겼고, 에닝요는 지난해 여름 창춘 야타이로 떠났다. 데얀과 함께 공포의 ‘데몰리션 콤비’로 이름을 떨쳤던 몰리나(서울)는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현재 재활 중이다.

반면 K리그 구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상대적으로 몸값이 저렴한 선수 위주로 용병영입작업을 진행했다. 에이전트 A는 “한정된 예산을 써야 하는 구단들이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에 K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외국인선수들을 원했다. 이 기준에 맞추다보니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보 또는 드로겟(제주)이 대표적이다. 이들도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지만, 리그를 지배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또한 한국무대를 처음 밟은 외국인선수들이 아직은 완전하게 K리그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신태용 TBS 해설위원은 31일 “K리그는 수비도 거칠고 맨 마크도 타이트해 처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능력을 지닌 외국인선수도 제 기량을 발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약진 중인 젊은 국내 공격수

외국인 공격수들의 부진을 틈타 젊은 국내선수들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양동현은 시즌 초반 활발하게 득점포를 가동하며 김신욱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배기종(수원), 유창현, 김승대(이상 포항), 송진형(제주) 등은 정통파 스트라이커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측면 공격수인데도 득점 레이스에 가세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명주(포항)는 팀 사정상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배치됐는데, 공격 본능을 한껏 뽐내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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