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오페라·연극 접목한 쉬운 맥베스 “편하게 보러오세요”

입력 2014-04-04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개그우먼 신고은이 연극무대에 도전한다. 국내 최초로 오페라와 연극을 접목한 ‘맥베스’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수잔나 역을 맡았다. 신고은은 “웃기지 않는 개그우먼의 진짜 연기를 기대해 달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사진제공|코코엔터테인먼트

■ 연극 ‘맥베스’ 수잔나 역 신고은

“웃기는 걸 기대하셨다면 실망할 것”
슬리퍼 신고 편하게 볼만한 맥베스”


“안 웃깁니다.”

개그우먼이 웃기지 않겠다고? 기가 막힌 얼굴을 해보였지만 개그우먼 신고은은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다.

“웃기는 걸 기대하고 오시면 뭘 기대하시든 그 이하를 보게 되실 겁니다.”

‘그 이상’이 아니라 ‘그 이하’란다.

신고은은 7일 개막하는 연극 ‘맥베스’에서 여주인공 수잔나를 맡았다. 맥베스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오페라와 연극을 접목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베르디의 오페라, 그리고 연극이 만났다. 관객은 한 자리에서 오페라와 연극을 ‘일타이매’로 관람할 수 있다.


● “주부님들, 시장 가는 기분으로 오세요!”

물론 신고은은 오페라의 아리아를 부르지 않는다. 노래는 온전히 전문 성악가들의 몫이다. 신고은이 맡은 수잔나는 마이클(윤국로 분)과 함께 전체적인 스토리를 끌어가는 일종의 해설자 역이다.

“사실은 개그우먼이 아니라 연극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우연찮게 개그우먼이 됐는데, 막상 되고 보니 연극이란 장르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기회가 주어져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는 있는데 솔직히 걱정이다. 하면 할수록 부담이다.”

부담이 크다고 엄살을 부리고 있지만 사실 신고은에게는 연기의 끼는 물론 타고난 음악적 재능도 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우아한 얼굴로 연주하며 ‘교양녀’들의 허영을 비꼬는 개그는 신고은의 전매특허였다.

맥베스는 베르디의 오페라로 유명하지만 연극으로도 종종 변주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오페라도 연극도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맥베스는 다르단다. 신고은의 표현에 따르면 “주부들이 슬리퍼 신고 시장 가는 기분으로 와도 쉽게 보고 갈 수 있는 맥베스”다.


● 연극 다음에는 뮤지컬?

신고은은 “무슨 일을 하든지 가볍게 하는 사람이 못 된다”고 했다. 시청자들은 한 순간의 개그를 보고 웃지만, 그 개그가 방송을 타기까지는 백조의 물밑 발놀림 같은 노력과 경쟁이 따른다. 최선을 다해 짠 개그가 자체 오디션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고정코너임에도 수정을 거듭하다가 결국 방송되지 못하는 아픔을 겪는 것이 개그맨들이다.

신고은은 “연극에 대해 평생 고민하고 사는 사람들의 무대에서 혼자만의 기쁨을 위해, 쉽게 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연극인이든 개그맨이든 무대에 대한 갈급함은 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젠가는 뮤지컬 무대에도 서고 싶단다. ‘헤어스프레이’의 트레이시 엄마나 ‘금발이 너무해’의 미용실 선생님 역이 너무 너무 탐이 난다고 했다.

“개그맨들은 이렇게 임팩트있게 딱 치고 들어가는 역할을 좋아하거든요.”

신고은의 마지막 말에 빵 터졌다. 안 웃기겠다더니, 결국 이렇게 웃기고 말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