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삼성 ‘만만디 스타트’는 전략?

입력 2014-04-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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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들은 “아직 시즌이 시작한 기분이 안 든다”는 말을 곧잘 한다. 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충분히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시즌 초반 6위…삼성은 왜?

4∼5월 성적이 시즌 전체에 영향 불구
올해 현재 삼성 7경기서 3승4패 주춤
류중일감독 만만디 스타일 반전 주목


3월26일 삼성은 메이저리그에서 길을 찾던 임창용의 영입을 발표했다. 일본으로 떠난 오승환의 공백을 메울 소방수를 영입하자 많은 야구인들은 “오늘 미디어데이를 하면 삼성이 우승후보가 되겠다”고 했다. 비록 3월24일 미디어데이에서는 상대팀 감독으로부터 디펜딩챔피언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했지만 삼성 마운드는 높고 방망이 수비 등은 정상권이다.

2014시즌 초반이지만 삼성의 출발이 그리 좋지는 않다. 9일 현재 7경기를 치른 가운데 3승4패다. 아직은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수치다. 삼성은 최근 2시즌 연속해서 초반 출발이 좋지 못했다. 누구는 징크스라고 하고 누구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디펜딩챔피언 삼성의 ‘만만디 스타트’를 어떻게 봐야 할까.


● 전년도 우승 팀의 다음 시즌 초반 성적은?

2003년 우승팀 현대 유니콘스를 시작으로 최근 10년간 디펜딩챔피언의 다음 시즌 초반 20경기 승패를 알아봤다. 많은 우승 팀들이 다음 시즌에도 초반에 좋은 성적을 냈다.<표참고>

2004년 우승팀 현대 유니콘스는 예외였다. 2005시즌 출발이 나빴고 시즌 마지막 성적도 좋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2004년 한국시리즈 9차전 혈투 뒤 주력이었던 심정수와 박진만을 FA선수로 삼성에 빼앗겼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현대는 더 이상 팀의 주력선수를 보호할 힘이 없었다.

2009년 통산 10번째 우승을 했던 KIA는 많은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추락했다. 시즌 중반 16연패까지 빠지며 5위에 머물렀다. 상징하는 바가 컸다. 한국시리즈를 경험한다는 것은 다른 팀에 비해 시즌을 한 달 이상 더 치렀다는 의미다. 선수들의 체력은 방전되고 보강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쉬는 것도 중요한 훈련이다. 그러나 많은 팀들이 이 진리를 이해하지 못해 무리를 한다. 결국 다음 시즌 많은 선수들이 탈이 나고 연속우승의 꿈이 사라진다. 당시의 KIA도 마찬가지였다. 2007∼2008시즌을 연속 석권했던 김성근 감독의 SK도 2009시즌 부상으로 발목이 잡혔다. 훈련지상주의자 김성근 감독은 다른 팀보다 훈련시간표를 한 달 이상 앞당겨 준비를 했지만 선수들의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 4월에 약한 삼성, 전략인가 여유인가?

우리 프로야구는 사실상 4∼5월의 성적이 시즌 전체의 성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올스타게임 이전에 시즌의 3분의2를 소화하는데다 시즌 막판에 치고 올라가서 역전을 거둘만한 힘을 마지막까지 비축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팀이 초반 전력질주를 더 선호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최근 2시즌 동안 이례적인 행보를 했다. 2011년 우승 다음해 6위까지 추락했다. 전임 선동열 감독이 만들어놓은 틀을 가지고 뜻밖의 우승을 했던 류중일 감독의 지도 능력이 도마에 오른 때였다.

그러나 삼성은 출구를 찾았고 또다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투수운영에 변화를 줬던 류 감독이 재빨리 궤도를 수정해 위기를 벗어났다. 선수들의 힘이 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3위로 시작해 마지막에 3시즌 연속 리그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선수들의 몸을 끌어올리는 류중일 감독의 만만디 스타일이 잘 드러났다. 삼성 선수들도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졌다. 초반 무리해서 부상을 당하는 것보다는 천천히, 그렇지만 완벽히 준비해서 베스트 멤버가 뛰기만 하면 언젠가는 따라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과연 이번 시즌 삼성은 어떤 출발과 마지막을 만들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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