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부자구단 다저스 우승의 조건

입력 2014-04-11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14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지난 15년간 이어져 온 최고 연봉 구단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악의 제국’이라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으로 불리는 뉴욕 양키스는 1998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가장 많은 연봉을 지불하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위 자리를 LA 다저스에게 빼앗겼다. 다저스 연봉 총액은 2억3529만5219달러(약 2333억 원)가 양키스를 3000만 달러 이상 차이로 제친 것이다.

30개 메이저리그 구단 가운데 올 시즌 연봉 총액이 1억 달러를 넘긴 팀은 16개 구단이나 된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거의 400만 달러에 육박했다. 올 시즌 류현진(27)의 연봉은 433만3333달러로 평균 연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고 부자 구단의 3선발이지만 그의 팀 내 연봉 순위는 15위에 불과하다.

올 시즌에도 팀 연봉 꼴찌는 휴스턴 애스트로스(4454만4174달러)의 차지다. 지난 시즌보다 약 2000만 달러나 연봉 총액이 늘었지만 마이애미 말린스(4756만5400달러)와 함께 50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유이한 팀으로 다저스의 잭 그레인키(2800만 달러)와 아드리안 곤살레스(2185만7143달러) 2명의 연봉을 합친 것보다 적다.

하지만 많은 연봉을 지출하는 것이 성적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지난 시즌부터 각 리그 별로 와일드카드가 1장씩 추가돼 플레이오프 진출팀은 10개 구단으로 늘었다. 그 중 4팀의 올 시즌 연봉은 여전히 최하위권이어서 눈길을 끈다.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8340만1400달러)가 25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8253만4800달러)가 26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7811만1667달러)가 27위, 탬파베이 레이스(7706만2891달러)가 28위에 머물렀다.

반면 연봉 랭킹 ‘톱 6’ 가운데 플레이오프에 나선 것은 3팀에 불과하다. 1위인 다저스를 비롯해 보스턴 레드삭스(1억6281만7411달러)가 4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1억6222만8527 달러)가 5위다. 지난 시즌 연봉 총액을 기준으로 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연봉 ‘톱 10’ 가운데 무려 7개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팀 성적을 좌우하는 요소로 선수단 응집력. 즉 ‘팀 케미스트리(Team Chemistry)’를 연봉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여긴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오클랜드와 탬파베이를 꼽을 수 있다. 스몰 마켓의 한계 때문에 많은 연봉을 지출할 수 없지만 두 구단은 최근 수년간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 특출한 슈퍼스타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막강 자본을 앞세운 부자 구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이 필요했다.

올 시즌 많은 전문가와 도박사들은 최고 연봉 구단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다저스는 시즌 초반부터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이 터져 나와 팀 케미스트리에 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빅리그 2년 차에 불과한 야시엘 푸이그(23)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지난 5일(한국시간) 열린 다저스 홈 개막전에 45분이나 늦게 모습을 드러내자 돈 매팅리 감독은 푸이그 대신 매트 켐프를 주전으로 투입했다. 하지만 켐프도 현역 로스터에 합류한 자신의 이름이 주전 명단에서 빠진 것을 알고 이미 한바탕 난리를 피운 후였다.

디 고든이 주전 2루수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내야진은 안정감을 찾았지만 스타플레이어들이 넘쳐나는 외야의 교통정리는 매팅리 감독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호주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스콧 밴 슬라이크는 좋은 타격감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주전 경쟁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일까지 타율 0.429, 출루율 0.556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었던 슬라이크는 다저스가 10일까지 치른 첫 9경기 중 5경기에서 대타로도 나서지 못하고 경기 내내 벤치만 지켰다. 11일 디트로이트전에서 9회에 대타로 등장했는데 5일 만에 나선 타석이었다. 연봉이 2100만 달러가 넘는 맷 켐프와 칼 크로포드, 1550만 달러의 안드레 이디어, 370만 달러의 푸이그에 밀리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보다 조금 많은 50만7500달러를 받는 밴 슬라이크의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1988년 이후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계속 투자하고 있는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팀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개인보다는 팀 성적을 앞세워야 한다. 모래알 조직력으로는 결코 메이저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