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G 출장’ 정근우가 밝힌 ‘내 인생 최고의 경기’는?

입력 2014-04-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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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근우.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역대 105번째라죠?”

한화 내야수 정근우(32)는 프로 통산 1000경기 출장 얘기를 꺼내자마자 이렇게 되물으며 쑥스러워했다. “생각보다 많아서 정확하게 기억한다”며 웃었다. 그러나 기록의 희소가치와는 별개로 1000경기 출장은 프로야구 선수에게 기분 좋은 훈장이다. “프로라는 정글에서 무사히 잘 버텨왔다”는 의미의 이정표다. 정근우는 자신의 1001번째 경기인 10일 마산 NC전에 앞서 “1000번의 경기에 나가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경기가 몇 개 있다”며 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 2005년 프로 데뷔전과 2010년 6안타 경기의 추억

아마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순간은 신인 정근우의 프로 데뷔전이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5년 막 프로에 발을 들여 놓았던 정근우는 그해 현대와의 수원 개막전에 1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유격수 김민재, 2루수 정경배라는 쟁쟁한 키스톤 콤비와 함께였다. 정근우는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쳤다가 바로 견제 아웃 당했다”며 껄껄 웃은 뒤 “프로라는 글자가 앞에 붙으니 모든 게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안타 2개를 쳤는데도 너무 많이 긴장해서 경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도루라면 자신감이 있었지만 2루가 한참 멀어 보이고 몸이 안 움직였던 기억도 난다”고 말했다. 2010년 5월 1일 문학 LG전 역시 오래 기억될 날이다.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한참 고민하던 정근우는 이날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인 6안타를 치면서 확 살아났다. 이후 타율 0.305에 도루 33개를 해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 첫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의 잊지 못할 감격

1000경기 안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숱한 포스트시즌과 국가대표 경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정근우는 자신의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2007년 한국시리즈 6차전을 꼽았다. 스코어와 아웃카운트는 물론 볼카운트와 상대 투수의 구종까지 정확하게 기억할 정도로 마음에 깊이 남았다. 정근우는 “우리가 0-1로 뒤진 3회 2사 1루 상황이었다. 볼카운트 2B-1S에서 두산 투수 임태훈의 슬라이더를 때려 역전 홈런을 쳤다”며 술술 복기한 뒤 “결국 그 경기에서 내게는 처음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고 회상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일본 투수 다르빗슈 유(텍사스)와 맞섰던 순간도 여전히 기억나는 경험이다. 정근우는 “그때 다르빗슈의 슬라이더를 보고 ‘세상에 이런 볼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 정근우 “앞으로 1500경기, 2000경기도 지켜봐 달라”

사실 정근우는 1000경기 가운데 991경기를 SK에서 뛰었다. 한화로 이적한지 9경기 만에 새 유니폼을 입고 고지를 밟았다. 정근우는 “그동안 아프지 않고 꾸준하게 했다면 더 일찍 1000경기를 채울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그래도 프로 선수로서 1000경기는 큰 영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멋모르고 치고 잡고 달리기만 하던 젊은 선수는 수많은 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팀의 중고참으로 성장했다. 정근우는 “어릴 때는 1000경기라는 게 그냥 하다 보면 저절로 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슬럼프도 겪고 아프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와보니 예전에 1000경기를 달성한 선배들이 했던 말이 이제 이해가 간다”며 “앞으로 더 몸 관리를 잘 해서 1500경기, 2000경기까지 출장하는 모습을 은사님들과 가족, 팬들에게 꼭 보여 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창원|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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