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선수 춤추게 한 김경문 리더십

입력 2014-04-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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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구단 NC가 창단 2년 만에 ‘형님 구단들’을 제치고 질주하기까지는 초대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의 통솔력이 뒷받침됐다. 김 감독은 ‘강팀의 조건을 알고 싶으면 그 팀의 벤치를 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주전들뿐만 아니라 백업들까지 포함한 선수단 전체의 ‘헌신’이 NC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힘이라는 의미다. 스포츠동아DB

■ 막내구단 NC 초반 돌풍의 원동력

“조영훈·권희동·지석훈 등 지난해 주전 전력들
FA선수·용병타자에 밀려도 불만 없이 파이팅”
조영훈, 15일 주전 기용에 선제 솔로포로 화답


2013년 4월. 창단 후 개막전부터 내리 7번을 지다가 겨우 1승을 거뒀다. 그 다음에 곧바로 9연패. “NC가 프로야구 물 흐린다”는 얘기도 들었다. 내부에서도 “우리 팀이지만 너무 한다”는 탄식이 나왔다. 아기공룡이 알을 깨고 나와 성장하기까지 첫 1년은 그렇게 혹독했다. 2014년 4월. 그랬던 NC가 창단 2년 만에 ‘형님구단들’을 발아래 놓고 순위표 앞자리에 앉았다. 벌써 10승(4패). 17일까지 5연승을 달렸다. 창단 후 최다연승 기록이다. 4차례 연장에서 모두 이겼다. 전문가들은 NC의 승승장구 원동력으로 이재학과 용병선발 셋이 버티는 선발야구와 프리에이전트(FA) 이종욱과 손시헌 영입효과, 그리고 나성범∼이호준∼테임즈∼모창민이 버티는 중심타선의 힘 등을 꼽는다. 그러나 NC 김경문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김 감독은 ‘강팀의 조건을 알고 싶으면 그 팀의 벤치를 보라’는 신념을 전하고 싶어 한다.


● “나보다 팀”…NC 돌풍의 키워드는 헌신

NC돌풍에 대해 김 감독은 16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뜻밖의 말을 건넸다. “벤치선수들이 잘해주고 있고….” 벤치선수들이 대체 뭘 했기에 팀이 1위가 된단 말인가? “조영훈, 권희동, 지석훈 등은 지난해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이다. 이들이 FA와 용병타자가 팀에 들어온 탓에 벤치로 밀렸다. 나도 현역 시절 겪어봐서 아는데 이렇게 되면 불평부터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선수들은 조금도 그런 내색하지 않고 훈련도 열심히 하고, 벤치에서 파이팅을 내준다. 감독 입장에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김 감독은 설명했다.

실제 김 감독은 15일 롯데전에 조영훈을 선발 출장시켰다. 조영훈은 선제 솔로홈런으로 화답했다. 16일 경기 전, 조영훈은 김 감독을 보더니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한 뒤 타격연습을 하러 나갔다. 다시 테임즈에 밀려 벤치로 돌아가게 됐지만 조영훈은 밝게 웃었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팀의 가치는 ‘헌신’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팀보다 우수할 순 없고, 팀이 무너지면 개인 또한 우뚝 설수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지금의 NC가 김 감독의 핵심 키워드를 잘 실천하고 있다. 후보부터 용병까지 구성원 전원이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을 우선에 두고, 팀플레이를 하고 있다. 김 감독이 “불펜투수들이 불펜에서 몸 풀기 위해 던지는 투구도 구단에서 평가해줘야 된다. 기록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헌신의 덕목을 이해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 승리는 어제 내린 눈일 뿐…“최선에서 최악을 대비한다”

김 감독은 잘 나갈수록 언행에 신중하다. 13일 LG전을 이기고, 1위로 올라간 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악수만 나눈 것도 그런 연장선상이다. 김 감독은 “감독은 어제 잘한 것은 오늘 잊어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작은 성취에 도취되지 않고, 잘나갈수록 보완할 점부터 찾는다. 언제 미끄러질지 모른다고 늘 경계한다.

당장 엔트리에서 빠진 선발 찰리 자리를 어떻게 메울 지로 머리가 복잡하다. 5월23일 시작될 4일 휴식까지 “버텨야 된다”고 되뇐다. 차범근 전 감독은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제야 마냥 화려하고 기분 좋지만 오늘이 되어 눈이 녹아버리면 질퍽하고 번거롭기만 하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경험으로 그 의미를 알고 있기에 최선에서 최악을 대비한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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