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강민호 “너클볼, 오직 잡는데만 집중”

입력 2014-04-21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너클볼이 그 ‘위력’에 비해 야구에서 희귀한 이유는 던지기도 어렵지만 포수가 잡기도 매우 어려운 공이기 때문이다. 옥스프링의 너클볼을 잡고 있는 강민호는 “캐칭이 어렵다. 어떻게든 잡아내는 쪽이 초첨이다”라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DB

■ 너클볼을 대하는 선수들의 자세

옥스프링·채병용 대표적인 너클볼 투수
불규칙한 움직임에 포수도 잡기 어려워
강민호 “사인 내고도 긴장…가끔 놓쳐”
타자들 “너클볼 과감히 포기” 절레절레


롯데 크리스 옥스프링, SK 채병용의 공통점은? 바로 너클볼이다. 이 구종은 손가락 관절(Knuckle)을 구부린 채 쥐어서 던지기 때문에 ‘너클볼’이라고 하는데, 공에 회전을 최소로 해서 던지는 공이다. 무회전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야구공의 실밥과 공기의 마찰로 인해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마치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너풀너풀 떨어지는 너클볼은 사인을 내는 포수도 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너클볼을 받고 있는 롯데 강민호, SK 정상호도 “솔직히 정말 잡기 어렵다”며 혀를 내두른다. 말 그대로 ‘마구(魔球)’다.


● 너클볼을 잡는 포수의 노하우

너클볼은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을 받아내야 하는 포수는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대표 너클볼러였던 팀 웨이크필드의 공을 전담해서 맡았던 덕 미라벨리는 일반미트에 가죽을 덧대 크기가 더 큰 너클볼 전용미트를 사용했다. 강민호는 “포수인 나도 사인을 내고 긴장을 한다”며 웃고는 “커브나 슬라이더는 예측각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잡아야겠다는 계산이 서지만 너클볼은 어디로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정말 잡기 힘들다. 가끔 놓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두산 양의지도 “신인 시절에 (맷) 랜들의 너클볼을 받다가 얼굴에 맞은 적 있다. 웬만해서는 잡기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물론 잡는 요령은 있다. 강민호는 “주자가 있을 때는 사실 사인을 내기 쉽지 않다”고 전제하고는 “일단 사인을 낸 뒤에는 어느 곳에 미트를 고정시키기보다 힘을 빼고 기다리다가 잡아낸다. ‘캐칭’은 어렵다고 봐야한다. 공이 오면 어떻게든 ‘잡아내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정상호 역시 “포수가 잡기 어려운 볼이니 타자는 오죽 치기 어렵겠나”라며 “다른 것 없다. 눈을 크게 뜨고 최대한 공을 잡기 위해 집중한다”고 비법을 전했다.

롯데 옥스프링이 던지는 너클볼 그립. 너클볼은 튼튼한 손톱과 강한 손가락 힘이 뒷받침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사진제공|롯데



● 너클볼을 대하는 타자의 자세

너클볼이라도 다 같은 구종은 아니다. 손가락을 구부리는 정도, 너비, 힘 차이로 다른 공이 된다. 옥스프링과 채병용의 너클볼에도 차이가 있다. 정상호는 “채병용의 너클볼은 아직까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 경기에 비록 5∼6개밖에 던지지 않지만 만약 존에만 들어가게 되면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옥스프링의 너클볼은 제구까지 된다. 롯데 정민태 투수코치는 “투구밸런스가 좋으면 너클볼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다”며 “어떤 구종은 투수들마다 던지는 노하우가 있는데 옥스프링은 너클볼을 던지는 요령을 안다. 실제 마운드에 올라가 강타자를 상대로 너클볼을 주문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타자들은 과연 이 ‘마구’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두산 김재호는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쳐내기는 쉽지 않다. 방망이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며 “주자가 있을 때는 잘 던지지 않고 한 경기에 4∼5개 정도를 던지기 때문에 공 하나를 버리고 간다. 그 구종을 던지기 전에 다른 공을 공략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롯데 손아섭은 “제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볼이니까 과감히 버려야한다. 또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다고 해도 내 타격밸런스만 있으면 어떤 공이든 칠 수 있다”며 “너클볼이 마구라고 겁부터 내기보다 채병용, 옥스프링이 던지는 또 하나의 변화구라고 생각해야 부담이 안 될 것 같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