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리뷰] XR러니, 트레일 러닝의 완성

입력 2014-04-2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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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까프 ‘XR러니’

밑창 돌기는 접지력 유지·메쉬소재 통풍 효과


강렬한 레몬색이 눈을 먼저 사로잡았다. ‘XR’ 로고가 신발 옆구리에 단단히 박혀 존재감을 드러낸다. 검정 바탕의 신발 끈에도 레몬색이 입혀져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쯤 쳐다볼 만큼 개성적인 감각이다.

르까프 XR러니(RUNNY·9만9000원)는 트레일 러닝화다. 트레일 러닝은 본래 산길이나 오솔길을 달리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요즘은 포장도로가 아닌 길을 달리면 모두 트레일 러닝이라고 보는 경향이 많다.

르까프 XR러니는 르까프의 기술고문인 유지성씨의 실전경험을 반영해 탄생했다. 유씨는 오지레이서다. 사하라, 고비 등 사막은 물론 남극까지 오직 두 발만으로 달려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XR러니에는 유씨의 실전 노하우가 녹아 있다.

신발에 발을 넣어 보았다. 몸에 딱 맞는 침낭 속에 들어간 느낌이다. 신발이 스스로 움직여 발을 감싸 안는 듯하다. 천천히 걸으니 의외로 바닥이 딱딱하다. ‘난 일반 러닝화가 아닌 트레일 러닝화’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걷지 말고 달려보시라’고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다.

르까프 XR러니의 진가는 밑창에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동계용 타이어와 건설용 차량바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신발 밑창에 독특한 구조의 블록패턴을 적용했다. 그래서 일반 신발에 비해 돌기가 견고하다. 이 돌기가 자갈이 많은 산길에서도 뛰어난 접지력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비밀이다.

일반 도로가 아닌 산길을 달리는 신발인 만큼 무게도 중요하다. 무게가 상관없다면 트레일 러닝화 대신 등산화를 신고 달려도 될 것이다. 하지만 5분만 숲이나 산길을 달려보면 르까프 XR러니의 가벼움에 절로 감사하게 된다.

지면에 닿는 느낌도 단단한 편이다. 요즘 유행하는 ‘맨발로 땅을 밟는’ 느낌과는 다르다. 등산화와 운동화의 중간쯤 되는 단단함이 발바닥을 통해 올라온다.

트레일 러닝화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그것도 워킹이 아닌 러닝에 최적화되어 있는 만큼 발목이 틀어지기 쉽다. 따라서 발목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지지력이 필요하다. 차고 나가는 킥력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쿠셔닝이다.

킥력을 강화하기 위해 트레일 러닝화는 바닥 앞쪽 돌기가 일반 러닝화와 달리 도드라져 있는 편이다. 르까프 XR러니는 초경량의 고탄성 소재를 사용해 킥력을 살렸다.

러닝은 워킹에 비해 발에 땀이 많이 나게 된다. 가볍고 통풍이 잘 되는 메쉬소재를 사용해 장시간 달려도 신발 속이 쾌적하다.

평지와 다른 비탈길을 달리는 재미를 주는 신발이다. 스포츠카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속 기능은 철저하게 오프로드에 맞춰져 있다. 오지레이싱의 쾌감마저 살짝 맛보게 해준다. 트레일 러닝에 입문하고 싶은 초보 러너들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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