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도 영화도 역사와 소통 중…

입력 2014-04-28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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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22대 왕 정조와 조선 개국 공신 정도전 등 역사 속 실존 인물을 다양한 콘텐츠로 재조명하는 대중문화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은 정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역린’(왼쪽)과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 사진제공|초이스컷픽쳐스·KBS

■ 대중문화콘텐츠 역사 재조명 붐

혁명가 ‘정도전’ 돌풍…시청률 20% 육박
뒤이은 방송 ‘역사저널 그날’도 함께 인기

스크린서 개혁의 왕 정조 그린 ‘역린’ 화제
30일 개봉 앞두고 예매율 벌써 43%나 넘어
선과 악의 공존…현실 맞물려 공감대 형성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

영국의 외교관 출신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E·H 카의 말이다. 그는 “과거는 현재의 빛에 의해 비쳐졌을 때에만 비로소 이해될 수 있으며, 현재도 과거의 조명 속에서만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이상 ‘역사란 무엇인가’)고 덧붙였다. 역사(혹은 역사적 사실)를 해석하고 들여다보는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 유명한 그래서 더욱 진부한 명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재는 지나간 과거의 역사에 기대 지금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한다. 새롭게 다가올 미래를 그려가는 데 또 하나의 교훈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실(事實 혹은 史實)’을 재구성해 새로운 메시지와 교훈을 찾아가는 일,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가 나섰다. 이제 ‘역사’는 대중의 가장 가까운 곳에 와 닿아 있다.


● 정도전·정조…, 그리고 조선의 왕(王)들

현재 지나간 역사를 그리는 드라마의 대표적인 작품은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이다. 고려 말 권문세가와 관료들의 부정부패 그리고 혼탁한 국제정세 속에서 새로운 나라를 꿈꾸는 사대부 정도전은 ‘실패한 개혁’을 뒤엎는 ‘혁명’을 꿈꾸며 그 선두에 장군 이성계를 앞세운다. 드라마는 26일 방송분부터 서서히 이들이 새로운 나라를 세워가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또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드라마는 시청률 20%에 가까운 수치로 주말 밤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시청자는 ‘정도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매주 일요일 밤 KBS 1TV ‘역사저널 그날’을 통해 조선의 숱한 왕들을 맞는다. 조선시대 왕들, 그들과 얽히고설킨 다양한 인물들의 ‘알려진 정사’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최원정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신병주 건국대 교수, 류근 시인, 이해영 감독 등 패널들이 ‘사실’을 기반으로 그 이면에 숨겨진 다양하면서도 ‘상식적인 의구심’에 답을 내놓는다. 10%에 조금 못 미치지는 시청률이지만 방송시간대(밤 10시35분)에 비하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스크린에선 30일 이제 즉위 1년째를 맞는 조선 22대 왕 정조가 보내는 절체절명의 하루가 펼쳐진다. 영화 ‘역린’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뒤주 속에서 굶어 죽게 한 뒤 기득권을 지키려 신권의 확대를 노리는 노론벽파의 암살 위협에 맞서는 스물다섯 나이의 개혁적 젊은 왕 이야기다. 1777년 7월28일 밤,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 지붕 위에서 난 정체 모를 소리를 추적한 끝에 암살 음모를 밝혀낸 ‘정유역변’이라는 사실(史實)에 기반한다. 영화는 아직 개봉 전이지만 27일 오후 4시30분 현재 42.7%의 예매율로 1위에 오르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어맨2’의 기세를 누르고 있다.


● 역사와 인간의 사이

영화 ‘역린’의 이재규 감독은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힘들었을 상황에 놓였던 왕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고통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더 밝아질 미래를 꿈꾸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던 사람의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를 통해 “내 자신의 삶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어쩌면 ‘정도전’과 ‘역린’ 그리고 ‘역사저널 그날’을 통해 대중의 곁에 가까이 온 역사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정도전’의 조재현은 “고려 말기와 현 시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고, 그때처럼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점에서 시청자가 공감하는 것 같다”는 말을 내놓았다. 극중 죽어간 이인임 역의 박영규는 드라마가 “선과 악이 세상을 유지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말처럼 “선과 악”의 공존 속에서 지나간 “선과 악”을 들여다보고 해석하는 살아 있는 이들의 이야기 전체가 곧 역사는 아닐까. 그런 ‘사람의 이야기’여서 더욱 친근하게 역사를 담아내는 대중문화 콘텐츠는 결국 “역사가 움직인 ‘결정적 하루’, 그날의 주연과 조연은 누구였으며 오늘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역사저널 그날)라는 물음을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묻고 있는 듯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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