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박용근 홈스틸로 본 ‘베이스 러닝’

입력 2014-05-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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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근(오른쪽)이 9회 2사 만루 최경철 타석에서 홈 플레이트로 파고들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박용근은 NC의 마무리투수 김진성을 흔들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사진|KBSN스포츠 방송화면 캡쳐

“보크 유도한 과감한 시도” vs “볼카운트 착각”

최경철 타구 잡기 전 들어왔어도 득점 안돼
태그아웃 상황에서 홈 밟으면 득점 인정
83년 삼미 김진영감독 두발차기 사건 유명

4월 2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나왔다. 2-3으로 뒤지던 LG가 9회초 2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최경철이 있었다. NC 마무리투수는 김진성. 경기의 긴장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풀카운트에서 김진성이 직구를 던지는 순간 LG 3루주자 박용근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최경철은 그 순간 타격을 했다. 우익수 이종욱이 공을 잡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두들 제대로 상황판단을 못했다. 정리하자면 3아웃으로 경기는 끝났다. 최경철은 하마터면 박용근의 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타자와 NC 포수 김태군의 시선은 타구의 방향을 적고 있어서 주자 박용근을 보지 못했다.

다음날인 30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는 박용근의 플레이가 화제의 영상으로 방영됐다. CBS스포츠도 영상을 보여주며 “한국의 이상한 주자가 타자가 타격을 할 때 슬라이딩을 했다. 용감한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야구에서는 가끔 상상도 못할 상황이 나온다. 박용근의 플레이는 2014년 가장 희한한 플레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 박용근은 왜 그랬을까

LG 쪽에서는 박용근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면서 고도의 베이스러닝이라고 주장한다. 상대 투수의 보크를 유도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라고 했다. 박용근은 2차례나 홈을 파려고 시도했다. 김재박 감독이 현역 때 이런 플레이를 잘했다.

한 켠에는 박용근이 착각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볼카운트나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뛰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뛰었다는 것이다. 물론 진실은 본인과 3루 베이스코치만이 안다.

여기서 야구팬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 있다. 박용근이 아무 난관 없이 홈을 먼저 파고 그 이후 최경철의 타구가 외야수에게 잡혔을 경우다. 팬들은 이 경우 득점이 인정되는지 궁금해 한다. 물론 아니다. 3아웃이 포스아웃이 되는 경우는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다.

대신 태그아웃 상황이라면 먼저 홈을 밟을 경우 득점으로 인정된다.

1983 년 삼미 김진영 감독이 두발차기를 하다 잡혀간 것은 이 상황 때문이었다. 6월1일 MBC 청룡과의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8회 2사 만루에서 최홍석이 적시타를 쳤다. 3루주자 이영구는 여유 있게 득점했다. 2루주자였던 이선웅은 3루를 돌아 천천히 홈을 밟았다. 이 때 1루주자 김진우가 3루로 뛰다 아웃됐다. 김진영 감독은 김진우가 아웃되기 전에 이선웅이 먼저 홈을 밟았다고 주장했지만 김동앙 심판이 받아주지 않자 화를 냈다. 이기역 심판위원장에게 화가 난 나머지 두발차기를 했다. 김 감독의 시도는 백스톱에 걸려 무산됐지만 문제는 그 장면을 전두환 대통령이 TV로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 화가 난 대통령의 전화로 김진영 감독은 다음 경기 부산원정 때 급파된 형사들에게 체포됐다.


● 김재박의 결승득점이 무산된 전설의 에피소드

LG의 전신 MBC는 프로야구 초창기에 이상한 상황을 만든 역사가 있다.

김재박 감독이 잘 기억하고 있다. 85년 8월 20일 해태-MBC전. 2-2 동점으로 진행되던 8회말 1사 후 김재박이 3루타를 치고 나갔다. 타석에는 A선수가 있었다. 당시 MBC 감독은 김동엽. 마운드에는 천하의 선동열. 그런데 선동열이 던진 공은 몸쪽으로 향했고, 그 공을 포수가 잡지 못해 뒤로 빠졌다. 3루주자 김재박은 만세를 부르며 홈을 팠다.

MBC 선수들이 모두 기뻐 날뛰는데 타자가 주심에게 항의를 했다.

주심은 타자의 얘기를 듣더니 김재박에게 다시 3루로 가라고 명령했다. 득점은 없던 일이 됐다. 주심은 “타자가 공에 맞았다고 주장한다. 사구가 발생하는 순간 볼데드다. 타자는 1루에 자동 출루하고 3루 주자의 득점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동엽 감독이 길길이 뛰며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연장 11회 승부 끝에 2-2 무승부. 모두들 공에 맞았어도 아니라고 해야 할 판에 왜 A가 어필을 했을까 궁금해 했다. 더 웃기는 것은 A가 경기 뒤 샤워를 하다 김동엽 감독을 보자 뛰어오며 “감독님 저 잘했지요. 아까 안 맞았어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프로야구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에피소드다.


■ 박용근의 말

“최경철 선배 타석 때 파울 2개가 먼저 나와 볼카운트가 불리했다. 코치진과 상의해 보크를 유도하기로 했다. 크게 리드하면서 보크처럼 보이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풀카운트가 된 뒤에는 밀어내기 볼넷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슬라이딩 했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시야에 뛰어 들어가는 주자가 보이면 볼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캠프 때부터 준비를 했던 약속된 플레이였다. 내가 메이저리그에 갈 일이 없으니까 미국에서 화제가 된 것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경기를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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