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올댓 베이스볼] 박병호 50홈런·손아섭 200안타…토종 자존심 지킨다

입력 2014-05-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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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왼쪽)가 시즌 14홈런으로 이 부문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2003년 이승엽(삼성·56개) 이후 11년 만에 50홈런이 기대된다. 롯데 손아섭은 꿈의 200안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33경기에서 52개의 안타를 양산해내며 전인미답의 기록에 도전한다. 1994년 이종범(해태)의 196안타를 넘어설지도 관심을 모은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박병호·손아섭, 3년 연속 홈런왕·안타왕 ‘위대한 도전’

홈런 1위 박병호, 현재 페이스론 52홈런도 가능
2003년 이승엽 이후 11년 만에 50홈런 나올까

안타 1위 손아섭, 33경기 52안타 타격감 최고조
‘꿈의 200안타’ 달성, 왼쪽어깨 부상 극복 관건

박병호(28·넥센)와 손아섭(26·롯데)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다. 박병호는 지난 2년 동안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렸고, 손아섭은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했다. 올 시즌 박병호는 3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한다. 장종훈(한화코치)과 이승엽(삼성)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손아섭은 3년 연속 최다안타왕을 꿈꾼다. 이강돈(빙그레), 이병규(LG), 김현수(두산), 이대호(소프트뱅크)가 2년 연속 최다안타를 기록했지만 3년 연속 1위는 하지 못했다.

박병호와 손아섭은 시즌 초반 홈런과 안타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박병호는 12일까지 34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을 날렸고, 손아섭은 33경기에서 52개의 안타를 생산했다. 두 선수에게 주목하는 건 대기록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올 시즌 박병호는 52개의 홈런이 가능하고, 손아섭은 200안타를 쳐낼 수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50홈런과 200안타는 꿈의 기록이다. 50홈런은 이승엽(삼성)이 1999년 54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최초로 기록했다. 2003년 이승엽이 다시 56홈런, 같은 해 심정수(현대)가 53개의 홈런을 터뜨린 게 마지막이다. 지난 10년 동안 40홈런을 때린 타자도 2010년 44홈런을 기록한 롯데 이대호 한 명뿐이었다. 한 시즌 최다안타는 1994년 이종범(해태)이 기록한 196안타가 역대 최고기록이다. 박병호와 손아섭은 2012년부터 전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둘은 실력과 성실성에 근성까지 갖춘 최고의 타자다. 두 선수에게서 50홈런과 200안타를 꿈꾼다.


● 박병호 ‘월간최다홈런 15개를 넘는다’

박병호는 5월에 출전한 10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때렸다. 11개의 안타 가운데 8개가 홈런이었다. 8일 NC전에서는 목동구장 전광판을 넘어가는 비거리 140m짜리 대형홈런도 터뜨렸다. 박병호에게 주목하는 건 5월이 주는 의미다. 1999년과 2003년 두 차례 50홈런을 기록했던 이승엽은 두 번 모두 5월에 15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월별 15개의 홈런은 그동안 단 세 차례만 기록됐다. 이승엽과 함께 김상현(SK)이 2009년 8월에 15개의 홈런을 날렸다. 박병호의 최근 컨디션은 ‘월별최다홈런 15개’를 넘어설 기세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타석에서 수싸움이 훨씬 좋아졌고 스윙도 더 완벽해졌다”며 박병호가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 34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게임당 0.4개를 생산하고 있다. 5월에 넥센의 남은 경기는 14경기. 산술적으로 6개 정도의 홈런을 더 칠 수 있다. 5월에 보여주고 있는 감각을 생각한다면 15홈런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5월 15홈런’을 박병호가 깬다면 50홈런에 대한 기대치는 좀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이승엽 박병호는 닮은꼴…2년 연속 30홈런에서 50홈런?

이승엽은 2년 연속 30홈런을 때리고 난 뒤 1999년 단숨에 50홈런을 넘었다. 1997년 생애 첫 32홈런을 만들더니 1998년 38홈런, 그리고 1999년에 54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도 이승엽과 비슷하다.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을 때렸다. 1999년 이승엽처럼 5월 들어 무섭게 홈런을 날리고 있다. 지난해 34경기를 치른 시점에 박병호는 홈런 9개를 때렸고, 올해는 5개가 많은 14개를 쳐냈다.

더욱 긍정적인 요소는 외국인타자와의 경쟁이다. 히메네스(롯데), 칸투(두산), 조쉬 벨(LG)이 시즌 초반 홈런포에 불을 붙였다. 라이벌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1999년 이승엽의 목표는 ‘타이론 우즈(두산)를 이기는 것’이었다. 우즈는 1998년 42개의 홈런을 터뜨려 장종훈이 1992년 작성한 한국프로야구 최다홈런 41개를 넘어섰다. 이승엽은 그런 우즈를 넘어서기 위해 더욱 집중했고 1999년 5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2003년에는 심정수라는 걸출한 라이벌이 있었다. 이승엽 56홈런, 심정수 53홈런으로 역대 최고의 홈런왕 경쟁을 펼쳤다. 올해 외국인타자들의 수준은 매우 높다. 박병호가 그들과의 경쟁 속에서 50홈런의 꿈을 현실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 손아섭 “내 꿈은 200안타를 치는 것!”

손아섭은 평소에 “200안타를 꼭 한번 쳐보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많은 야구인들은 ‘손아섭이라면 가능할 수 있겠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콘택트 능력이 좋고 빠른 발이 있어 내야안타도 많이 얻어낸다. 손아섭은 최근 4년 연속 3할타율을 기록했다. 4년 동안 그가 때린 안타수도 해마다 늘어났다. 2010년부터 129-144-158-172안타로 상승했다. 올 시즌 33경기를 치른 12일 현재 손아섭은 52안타를 때렸다. 지난해보다 빠른 안타행진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02안타가 나온다. 손아섭이기에 200안타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1994년 196안타를 때린 이종범은 65경기 만에 100안타를 돌파했다. 1999년 192안타를 작성한 이병규는 64경기에서 100안타를 기록했다. 손아섭의 페이스가 이종범, 이병규와 흡사하다.


● 왼쪽 어깨부상! 손아섭의 고민

손아섭은 근성으로 똘똘 뭉친 선수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왼쪽 어깨다. 2012년 어깨인대가 찢어졌지만 쭉 참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어깨상태가 많이 나빠졌다. 수술이 필요하지만 수술을 미루고 연일 안타행진을 펼쳐나가고 있다. 올해 손아섭의 목표는 180안타다. 지난해 172안타를 기록했고 한 단계씩 목표를 높여가면서 마음속에 담은 200안타에 다가설 계획이다. 손아섭은 5월에만 10경기에서 20개의 안타를 뽑아냈다. 올 시즌 0.374의 고타율 행진으로 타격 3위에 올라있다. 팀이 치른 33경기에 모두 출전해 안타를 때리지 못한 경기는 5경기뿐이다. 16경기에서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고, ‘3안타 경기’도 7차례나 된다.

아직 시즌초반이다. 섣부른 예상은 예상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름 아닌 손아섭이다. 실력과 근성과 열정을 갖춘 국내최고의 안타제조기다. 손아섭이 누구도 해내지 못한 200안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 박병호-손아섭 ‘신화에 도전!’

박병호는 3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한다. 40홈런 시대를 연 장종훈(한화코치)과 50홈런 시대를 연 이승엽(삼성)만이 이뤄낸 대기록이다. 외국인타자들의 도전이 거세지만 올해도 강력한 홈런왕 후보다. 50홈런에 대한 희망까지 팬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3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한 선수는 지금까지 없다. 첫 번째 주인공이 탄생한다면 손아섭일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200안타를 한번 쳐보고 싶다고 했던 손아섭에게 올 시즌은 도전해볼 만한 기회다. 박병호와 손아섭은 스타일이 전혀 다른 최고의 타자들이다. 박병호의 50홈런과 손아섭의 200안타를 기다리는 설렘이 크기만 하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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