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Plus] 포구 시 오른손 빼지 않는 로티노…왜?

입력 2014-05-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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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외국인포수 비니 로티노(아래)의 포구자세가 화제다. 로티노는 국내선수와는 달리 포수 시 오른손을 미트 뒤에 숨기는데 이 자세는 빠른 송구와 어깨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스포츠동아DB

■ 넥센 로티노 미국식 ‘포구 자세’ 화제

국내 포수들은 허벅지 뒤로 빼지만
로티노는 오른손을 미트 뒤에 숨겨

미국에서는 로티노식 포구폼 권장
부상 위험은 크지만 빠른 송구 장점


외국인선수들은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의 경기력과 야구문화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삼성은 국내 최고 명문구단으로 꼽힌다. 스타도 많다. 선수들이 리그 전체에서 가장 점잖고 예의바르다는 평을 받는다. 2할대 중반 타율을 치는 20대 선수가 팬들이 많다고 거만해지는 몇몇 팀과는 다르다. 야구 잘 하는 무서운 선배 진갑용과 최고의 스타지만 매너 역시 최고인 이승엽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00년 삼성에서 뛰었던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 훌리오 프랑코가 남긴 유산이 이어진 것이기도 하다.

당시 함께 뛰었던 김기태 전 LG 감독은 “프랑코를 보면서 프로선수로 그라운드 밖에서도 지켜야 할 매너와 몸가짐, 철저한 자기관리, 경기에 패한 날 서로 지켜야 할 예의 등 많은 것을 느꼈다”고 추억했다.

문화적인 측면과 함께 경기력도 외국인선수들로 인해 새롭게 눈을 뜨는 부분이 많았다. 슬라이더와 커브만 파고들던 많은 투수들이 외국인투수들을 보며 서클체인지업과 컷패스트볼을 익혔다. 타자들은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온 몸으로 느꼈다. 수비와 주루 등에서도 많은 국내선수들이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포지션, 포수만은 예외였다. 외국인선수가 없는 유일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사실상 첫 외국인포수 1호인 넥센 비니 로티노는 그 영역을 깨고 있다. 벌써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3경기, 마이너리그에서 305경기 포수로 출전한 로티노는 국내선수들과 달리 포구 시 오른손을 미트 뒤로 숨긴다. 국내포수들이 파울 타구에 맞는 부상을 막기 위해 허벅지 뒤로 완전히 숨기는 것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처음 로티노가 이 같은 모습을 보였을 때 일부에서는 ‘역시 전문포수가 아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의 대다수 포수들이 이 같은 자세로 공을 받는다. 미국에서 제작된 다수의 야구 코칭 동영상도 로티노의 자세와 같다.

미국에서 이런 자세를 권장하는 이유는 빠른 송구뿐 아니라 어깨부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른손이 엉덩이 뒤에 있으면 어깨까지 함께 뒤로 빠지면서 근육이 이완돼 파울 타구에 맞을 경우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손이 앞으로 있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부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왜 한국과 미국야구에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일까.

포수 출신인 NC 김경문 감독은 14일 “솔직히 3∼4년 전부터 고민했던 부분이다. 미국에서 보고 ‘우리도 해볼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블로킹 한 후 공을 집거나, 2루로 송구할 때 확실히 로티노 같은 스타일이 유리하다. 그러나 그만큼 오른손 부상 위험은 높다. 포수가 오른손을 파울 타구에 맞으면 기본적으로 매우 큰 부상이다. 한 시즌을 날릴 수도 있다. 그래서 허벅지 뒤로 숨긴다”며 “포수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간결한 동작을 하도록 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티노의 자세는 김 감독의 말처럼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장점은 있다. 많은 지도자들이 참고할만한 가치가 커 보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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