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워싱턴 윌리엄스 감독 “김병현은 위대한 도전자”

입력 2014-05-23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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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윌리엄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 동아닷컴

[동아닷컴]

“김병현은 위대한 도전자였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의 맷 윌리엄스(49) 감독이 옛 팀 동료였던 김병현(35·KIA)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그에 대해 호평했다. 둘은 과거 애리조나 팀 동료로 2001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최종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뉴욕 양키스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인 윌리엄스 감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뉴욕 메츠에 지명됐지만 “프로에 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네바다 주립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3년 뒤인 198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3번)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상위 지명자답게 프로 진출 단 1년 만인 1987년 4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현역시절 3루수였던 그는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유연한 수비는 물론 1994년 내셔널리그 홈런왕(43개)에 오를 만큼 타석에서의 파워도 좋았다.

이후 윌리엄스 감독은 클리블랜드와 애리조나에서 뛰었으며 2003년 시즌을 끝으로 빅리그 17년 간의 현역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268 378홈런 1218타점 1878안타.

그는 내셔널리그 홈런왕을 비롯해 내셔널리그 타점왕(1990년), 골드글러브(4회), 실버슬러거상(4회), 올스타(5회)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한 스타출신 감독이다.

그는 또 3개 구단에서 뛰며 소속팀을 모두 월드시리즈에 진출시켰고 아울러 메이저리그 선수 중 유일하게 매 월드시리즈마다 홈런을 친 선수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은퇴 후 야구해설자로 활동하던 윌리엄스 감독은 2010년 애리조나 1루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10월 고령을 이유로 사임한 데이비 존슨(71) 전 워싱턴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평소 온화하고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인 윌리엄스는 젊은 감독답게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지도자로 호평받고 있다. 신임 윌리엄스 감독이 이끄는 워싱턴은 22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시즌 성적 24승 21패 승률 0.533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최근 윌리엄스 감독을 미국 피닉스에 있는 체이스필드에서 만났다. 감독이 되어 애리조나로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취재진이 많아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김병현과의 추억 등 알토란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맷 윌리엄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 동아닷컴

다음은 윌리엄스 감독과의 일문일답.

-오랜 만이다. 감독이 되어 그런지 얼굴이 더 좋아 보인다.

“하하. 그래 보이나?”

-감독이 되어 애리조나에 왔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이 곳 애리조나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도 했고 지도자 생활도 시작했기 때문에 애리조나와는 인연이 많다. 하지만 감독이 되면서 유니폼을 바꿔 입어 방문팀 더그아웃(1루측)을 사용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오랜 만에 이 곳에 왔지만 늘 오던 곳처럼 애리조나는 편하고 익숙한 곳이다. 애리조나 팬들의 환대도 고맙게 생각한다.”

-선수 때와 감독이 되었을 때의 차이가 있다면?

“책임감과 부담감을 꼽을 수 있다. 처음 빅리그 선수가 되었을 때는 어려서부터 꿈꿔왔던 일이 현실이 되어 마치, 처음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을 때처럼 마냥 기쁘고 짜릿하기만 했다. 하지만 감독이 되니 선수들은 물론 팀 성적 등 관리해야 할 일이 많아져서 늘 책임감을 느낀다. (웃으며)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코치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신임감독으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할 만큼 성적이 좋다.

“이제 겨우 시즌초반으로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다. 162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를 펼치다 보면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 모른다. 항상 긴장하면서 시즌이 끝난 후에도 ‘좋은 성적’이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애리조나 코치 시절에 사비를 털어 유소년 야구장을 2개나 건립했다. 감독이 된 후에도 이와 유사한 일을 계속할 생각인가?

“2년 전이었나? 당시에 당신과 인터뷰할 때 말한 적이 있지만 문명이 발전할수록 아쉽게도 자연공간은 줄어들고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만해도 주변에 뛰어 놀 수 있는 잔디 공간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콘크리트와 철근 등이 빠르게 차지해 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벗삼아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은 야구인들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가 책임을 갖고 동참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된 후에도 기회가 닿는다면 언제든지 이런 사회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할 생각이다.”

-과거 한국에도 다녀온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그때가 1984년 LA 올림픽 이듬해였으니 1985년이었을 것이다.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고 일본을 거쳐 한국 대학팀과의 경기를 하기 위해 서울에 갔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방문이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을 만큼 유쾌한 시간이었고 당시 한국팀과의 경기도 재미있었다.”

맷 윌리엄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 동아닷컴

-한국 이야기가 나왔으니 김병현에 대해 안 물어볼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BK(김병현)를 정말 좋아한다. 그는 내가 함께 뛰어본 선수 중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웃으며) 그와 같은 팀에서 뛰었기에 그를 타석에서 상대할 일이 없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과거 BK가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던 공은 정말 치기 힘든 어려운 공이었다.”

-한 때 김병현이 팀 동료들과 어울리기 힘든 성격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말도 안 된다는 표정과 함께) 그렇지 않다. 그는 절대 까다로운 인물이 아니다. BK를 보면서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만약 아는 사람도 없고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에 홀로 가 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매우 힘든 일이고 나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병현은 이런 역경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성공했다. 그는 위대한 도전자였고 그런 그를 정말 좋아한다.”

-김병현을 논할 때 늘 거론되는 게 있다.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허용한 홈런이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게 BK의 전부는 아니다. 김병현은 당시 우리 팀에 매우 소중한 전력이었고 그가 있었기에 우리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가 월드시리즈에서 허용한 홈런은 단지 운이 나빴기 때문이다. 당시 애리조나 팀 동료들은 BK를 이해했고 그 역시 불운했던 시간을 잘 이겨내고 메이저리그에서 큰 업적을 남기지 않았나.”

-2001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들이 매년 모인다고 들었다.

“그렇다. 랜디 존슨(51)을 비롯해 루이스 곤잘레스(47), 스티브 핀리(49) 등 이제는 모두 은퇴한 당시 우승의 주역들이 매년 애리조나에서 모인다. BK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못 오는 것으로 안다.”

-김병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BK가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한다고 들었다. (웃으며) 이제 BK도 나이가 있으니 과거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시절 같진 않겠지만 아무쪼록 한국에서 뛰는 동안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끝으로 감독 첫 해인 올 해 목표가 있다면?

“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 분명 정해놓은 목표는 있다. 하지만 (웃으며) 그 것은 시즌이 끝난 후에 말하고 싶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 내줘 고맙다.

“천만에. 찾아줘서 고맙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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