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매치플레이의 묘미 ‘컨시드 신경전’

입력 2014-05-2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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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승자 김도훈. 사진제공|KPGA

“다른 건 몰라도 버디 퍼팅을 길게 치면 절대로 ‘OK’를 주지 않는다.”

1대1 맞대결을 펼치는 매치플레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만큼 선수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대단하다. 가장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지는 곳은 바로 그린이다.

22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16번홀. 3UP으로 앞선 박상현(32·메리츠금융)의 버디 퍼트가 홀을 지나 멈췄다. 이미 승패가 기울어져 컨시드(Concede·매치플레이에서 원 퍼트로 홀인시켰다고 인정하는 용어)를 줄 만한 거리였지만, 김민준(24)의 입에선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박상현은 파 퍼트까지 마치고 공을 집어들었다.

컨시드는 승패와 무관하게 분위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버디 퍼트를 길게 치면 컨시드를 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도훈(25·신한금융그룹)은 “버디 퍼트를 길게 쳤다는 건 집어넣으려는 의도가 강했다는 뜻이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그런 경우 기분이 나빠진다. 승패를 결정지을 때도 있지만,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선수들 사이에서 불문율처럼 굳어지고 있다.

선수들끼리 대화가 줄어드는 것도 매치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18홀을 경기하면서 한두 마디 나누는 게 전부다. 그 흔한 ‘굿샷’ 소리도 들을 수 없다.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박준원(28·코웰)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인사를 하고 나면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 편이다. 마지막까지 어떤 결과가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스트로크 플레이라면 잘 쳤을 때 ‘굿샷’이라고 힘을 실어주지만, 매치플레이에선 절대 그렇지 않다. 상대의 기를 살려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까칠하고 예민했던 신경전도 필드 밖으로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해진다. 경기는 경기일 뿐이다.

용인|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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