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여기는 칸] 화려한 스타들의 ‘사회적 외침’ 감명

입력 2014-05-23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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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의 배두나·송새벽·김새론·정주리 감독(왼쪽부터 순서대로).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 칸이 특별한 몇가지 이유

보코하람 소녀 납치 규탄 손팻말
터키 탄광사고 추모…정부 비판도
80대 거장에 각별한 예우도 훈훈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칸 국제영화제. 권위와 명예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역시 특별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80대 노장 감독과 배우를 향한 각별한 예우부터 감각적인 신예를 발굴해 소개하는 일도 멈추지 않는다. 레드카펫에 오른 스타들은 화려한 드레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22일 자정(이하 한국시간)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주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언어와의 작별’ 공식 상영이 진행됐다. 올해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 중 가장 주목받는 작품답게 2000석 규모의 극장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영화 관계자와 관객으로 북적였다. 83세의 거장 장 뤽 고다르의 신작을 가장 먼저 보려는 분주한 발길이다.

상영 뒤 영화제 공식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1960년대 뉴 웨이브 운동을 이끈 83세의 감독은 디지털 기술로 완성한 실험적인 3D영화로 돌아왔다”고 거장의 귀환을 반겼다. 여전히 ‘현장’에서 숨 쉬는 감독에게 보내는 환호이기도 하다.

칸 레드카펫의 품격을 높인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여배우 소피아 로렌. 영화제로부터 ‘올해의 명예 게스트’에 헌정된 그는 23일 오전 경쟁부문 진출작 ‘더 서치’ 상영 전 레드카펫에 올라 8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우아한 모습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앞서 22일 참석한 ‘투 데이즈 원 나이트’ 레드카펫에서는 그의 전매특허로 통하는 ‘손 키스’를 보내 뜨거운 환호를 받기도 했다.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소셜테이너’ 배우들은 칸 레드카펫 위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주관을 드러내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칸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해리슨 포드와 실버스타 스탤론, 웨슬리 스나입스 등 ‘익스펜더블3’로 칸을 찾은 할리우드 스타들은 레드카펫에 올라 ‘우리의 소녀들을 돌려보내 달라’(Bring Back Our Girls)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올렸다. 여배우 셀마 헤이엑 역시 같은 문구로 시선을 모았다. 최근 이슬람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에 납치된 나이지리아 200여 소녀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외침이다.

경쟁부문에 오른 터키영화 ‘윈터 슬립’의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은 ‘소마’(SOMA)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이달 초 터키에서 일어난 소마 탄광사고로 희생된 300명의 광부들에 대한 추모와 정부를 향한 비판의 메시지다.

각양각색 모습과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칸 국제영화제는 신예들에게도 도전의 장이다.

특히 올해 칸을 찾은 한국영화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은 “쉽지 않은 소재를 뛰어난 연출의 힘으로 소화해냈다”는 칸 국제영화제 크리스티안 존 부집행위원장의 평가 속에 수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인감독에게 수여하는 황금카메라상과 ‘주목할 만한 시선상’의 후보인 정 감독은 영화제가 끝나는 26일까지 현지에 머물 계획이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m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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