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이 박주영(가운데)의 소유권을 포기했다. 박주영은 사실상 무적 신분의 선수가 됐다. 브라질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박주영이 25일 경기도 파주 NFC에서 이청용(오른쪽) 등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올 여름 이적시장 자유이적 선수로 풀려
아스널이 아무 조건없이 풀어줬을지 의문
이적료 일부 보상 받는 옵션 포함 가능성
전 세계 스카우트들 앞에서 눈도장 절실
박주영(29)이 아스널과 결별을 앞두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24일(한국시간) 2014∼2015시즌 여름 선수이적시장을 앞두고 각 클럽이 확정한 자유이적(Free transfer) 명단을 공시했다. 아스널은 니클라스 벤트너, 박주영 등 6명의 이름을 제출했다. 이는 구단이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의 소유권을 포기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명단 공시가 곧 이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원 소속팀에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스널이 선수의 가치를 높이 사지 않는데다, 박주영도 잔류가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 올 여름 이적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 해소된 계약기간에 대한 궁금증
스포츠동아는 박주영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왓포드에 임대된 올해 초 아스널에 양자간 계약기간에 대해 문의했다. 아스널은 계약이 2015년 6월까지라고 확인했다. 반면 박주영 측은 “2014년 여름까지”라고 밝혀 의문을 남겼다. 그러나 계약기간이 끝난 선수를 굳이 ‘자유이적’ 명단에 포함시킬 이유는 없다는 점에서, 이 궁금증은 해소됐다.
결별은 예고돼 있었다. 영국 언론은 오래전부터 “아스널의 살생부에 박주영이 포함됐다”고 보도했었다.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 박주영은 2011∼2012시즌 아스널에 입단했지만, 불운의 연속이었다. 6경기 출전에 그쳤다. 정규리그는 한 차례였고, 한 골을 넣었다. 이후 항상 임대 신분이었다. 셀타 비고(스페인)에서 2012∼2013시즌 22경기에 출전해 3골을 기록했지만 성공은 아니었다. 2013∼2014시즌 아스널로 복귀해 컵대회 1경기에 출전한 뒤 왓포드로 임대돼 2경기에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쳤다. 봉와직염(피부의 균이 상처에 침투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지난달 조기 귀국해 논란을 낳았다.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 전, 축구대표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의 지도 하에 개인훈련을 해 특혜시비를 불렀다. 박주영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데 월드컵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격려를 당부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불편하다.
● 더 절실해진 월드컵 활약
박주영의 이적에서 가장 큰 관건은 ‘아스널이 아무 조건 없이 풀어줬느냐’다. 박주영은 독일-프랑스-터키 클럽들과 접촉하며 아스널 탈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40억원(추정)에 달하는 고액 연봉이 항상 걸림돌이었다. 왓포드 임대도 연봉 일부를 아스널에서 보전해주면서 성사됐다.
유럽축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월드컵 시즌임을 고려해야 한다. 이적에 아무런 조건이 없을 것 같진 않다. 그랬다면 (아스널이) 진작 풀어줬을 것이다. 많은 이적료는 아니더라도 일부를 보상받는 옵션을 포함시켰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자유이적’은 FA(자유계약선수)다. 당연히 이적료 없이 떠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박주영이 브라질월드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아스널 소속이지만 사실상 ‘무적(無籍)’에 가깝다. 박주영은 유럽에서 명예를 회복하길 희망한다. 단순한 바람이 되지 않으려면, 전 세계 스카우트들이 운집할 브라질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당당히 아스널과 헤어져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