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베이스볼] 복잡한 사인, 시즌 중에도 자주 바뀐다

입력 2014-06-0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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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사인은 팀 구성원간의 ‘말 없는 언어’이자 ‘은밀한 약속’이다. 상대팀이 알아차리면 낭패를 보기 때문에 수시로 사인을 바꾼다. LG 양상문 감독(오른쪽)이 경기 도중 사인을 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야구에서 사인은 팀 구성원간의 ‘말 없는 언어’이자 ‘은밀한 약속’이다. 상대팀이 알아차리면 낭패를 보기 때문에 수시로 사인을 바꾼다. LG 양상문 감독(오른쪽)이 경기 도중 사인을 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사인을 바꿔야 하는 순간

피치아웃 하나로 상대 사인 간파하기도
사인 노출 땐 나머지 이닝 작전 소극적
포수 트레이드 땐 대부분 사인 수정해야

양상문 감독도 첫 과제로 새 사인 결정

양상문 감독은 LG 사령탑에 오른 직후인 5월 13일 잠실 롯데전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그동안 ‘그라운드의 언어’ 사인은 몇 차례나 바꿨을까. 양 감독은 “첫 경기를 치르기 직전 최태원 3루코치와 매우 간단한 동작으로 사인을 새롭게 맞췄다. 그리고 3연전 후에 다시 새로운 사인을 정했다”고 밝혔다.

갑자기 팀을 맡아 이것저것 결정할 것이 많았고 취재진을 만나야 하는 등 매우 분주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사인은 감독으로 가장 우선순위로 결정해야할 부분이었다.

야구에서 사인은 또 하나의 언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거나 뜻이 잘못 전달 됐을 땐 큰 사고가 난다. 사인은 자신들만의 언어여야 한다. 상대가 승부처에서 사인을 포착해 작전이 노출되며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포스트시즌 때는 패턴이 더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자주 바꿀 수도 없다. 내부적으로 혼란이 오기 시작하면 단 한순간에 경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 피치아웃 하나가 주는 큰 충격

삼성 류중일 감독은 10개 구단 사령탑 중 유일한 베테랑 작전코치 출신 사령탑이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수차례 작전코치를 맡아 3루를 지켰다.

3루 작전코치는 덕아웃에서 감독이 결정한 작전을 그라운드 위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감독은 사인을 내기만 하면 되고 선수들은 읽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3루코치는 감독의 사인을 받아 또 다시 다른 패턴으로 그라운드에 전달한다. 매우 짧은 시간에 동시통역을 하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해내야 한다.

류 감독은 히트앤드런 작전을 결정했을 때 상대 배터리가 피치아웃으로 공을 빼 주자를 잡는 순간이 작전코치로 가장 아찔한 순간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사인을 다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피치아웃은 상대 팀 감독, 포수, 혹은 투수나 코치의 감으로 결정할 때도 많다. 볼 카운트 하나를 손해 보지만 성공할 때 얻는 이익은 말도 못하게 많다. 주자를 잡는 것도 크지만 당한 팀 입장에서는 그날 경기 나머지 이닝에서 히트앤드런을 쉽게 할 수 없다. 사인이 노출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면 당장 감독에서 3루코치, 다시 3루코치에서 타자에게 전달되는 사인을 다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한 시즌에 몇 번이나 바꿀까

야구경기에서 사인은 무척 다양하다. 포수가 투수에게, 덕아웃에서 선수들에게 그리고 내야수 끼리 등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사인이 나온다.

그만큼 상대의 사인을 읽는 순간 경기는 무척 유리해진다. 주자나 타자의 사인 훔치기는 비신사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3루코치가 대놓고 하는 사인을 읽는 것은 상대 팀의 실력이 될 수도 있다.

한 감독은 “사인을 한 참 내는데 상대 선수(3루수)랑 눈이 딱 마주쳤다. ‘저 놈이 알고 보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꽤 신경이 쓰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일단 3가지 이상을 준비한다. 서로 완벽하게 숙지하고, 상황에 따라 로테이션으로 사용한다. 한 팀과 두 번째 3연전을 치르면 그 전과는 다른 사인으로 경기할 때가 많다. 한 시즌을 놓고 보면 굉장히 자주 바꾸는 셈이지만 선수들 혼란은 최소화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대대적인 수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라운드의 야전지휘관인 포수가 트레이드 됐을 때는 거의 모든 사인을 바꿔야 한다. 메이저리그나 일본에서 같은 리그끼리 포수 트레이드를 꺼리는 이유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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