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신시내티 프래지어 “추신수와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

입력 2014-06-10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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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프래지어.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추신수가 보고 싶다.”

류현진(27·LA 다저스)의 퍼펙트 행진을 무산시킨 신시내티 3루수 토드 프래지어(28)가 전 동료 추신수(32·텍사스)를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프래지어는 최근 미국 현지에서 가진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훌륭한 야구선수”라며 “작년에 그와 했던 악수 등 추신수와 함께 한 모든 추억이 다 그립다”고 말했다.

미국 뉴저지 출신인 프래지어는 1998년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을 만큼 어려서부터 야구에 재능이 많았다.

대학생이었던 2007년에는 주전 유격수로 시즌 총 63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타율 0.377 출루율 0.502 장타율 0.757을 기록했고, 2006년에는 미국대표팀 멤버로 세계대학야구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마추어 시절 안정된 수비와 뛰어난 타격으로 두각을 나타낸 프래지어는 2007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34번)에서 신시내티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그리고 4년 뒤인 2011년 5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프래지어는 그 해 총 41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빅리그 풀타임 첫 해였던 2012년에는 총 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3 19홈런 67타점을 기록했고 그 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뽑은 내셔널리그 ‘최우수 신인’에 선정됐다.

이후 신시내티의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찬 프래지어는 매년 안정된 수비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할 만큼 팀 전력에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올 해는 신시내티 주전들의 줄 부상으로 인해 외야와 1루도 겸할 만큼 재능이 많다.

특히 지난 달 27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는 8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쳐 당시 다저스 선발투수였던 류현진의 퍼펙트 행진을 무산시켰다.

동아닷컴 취재진은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 체이스필드에서 프래지어를 만나 지난해 같은 팀에서 뛰었던 추신수와의 추억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프래지어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웃으며) 아픈 데도 없고 심신상태 모두 다 좋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항상 팀 성적이 우선이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부 코치가 이런 말을 했다. ‘팀 성적을 우선시 하고 최선을 다해라. 그러면 개인성적도 자연히 좋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 후로는 항상 팀 성적을 우선시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정해 놓은 목표도 있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목표를 높게 잡는 편이다. 예를 들어 시즌 홈런을 50개로 잡았는데 30개만 쳐도 좋은 성적이다. 이처럼 목표가 높아야 비록 그 곳에 도달하지 못해도 결과가 좋기 마련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순항하고 있다. 자신만의 비결이 있다면?

“상대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빅리그에 데뷔하고 처음 2년 간은 내가 신인이어서 그랬는지 투수들이 직구승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웬만해서는 직구를 구경하기가 힘들다. (웃으며) 그래서 가끔은 상대투수의 구종을 예상할 수 있었던 신인시절이 그립다.”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내가 12살 때였다. 당시 뉴저지에서 열린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 출전해 우승했는데 그 때가 가장 행복했고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을 때다.”

-그런 과거가 있는지 몰랐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이 누구보다 더 간절하겠다.

“(웃으며) 그렇다. 리틀야구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으니 이제 성인야구인 빅리그에서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고 싶다. 나도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갖고 싶다, 하하.”

-반대로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행복했던 시간은 적지만 힘들었던 시간은 많았다. 특히 작년에 장기간 슬럼프에 빠져 무려 3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는데 그 때가 정말 힘들었다. 물론 주위의 조언과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긴 했지만 (웃으며) 두 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시간이다.”

-작년의 경우처럼 시즌 중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하나?

“(웃으며) 나 같은 경우는 평소에 입지 않던 속옷을 챙겨 입는 등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물론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하하.”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은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들어서 유니폼 안에 특별한 셔츠를 입는 것과 경기장에서 파울라인을 밟고 다니지 않는 것 등 몇 가지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투수들은 야수들에 비해 징크스가 많다.”

-며칠 전 다저스와의 경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 덕에 신시내티가 퍼펙트 게임을 모면할 수 있었다.

“(웃으며) 그랬다. 투수에게 퍼펙트 게임은 명예로운 일이지만 이를 허용하는 팀은 당연히 심기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타석에서 스윙을 할 때 힘껏 최선을 다하라고 배웠고 당시에도 그렇게 했는데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칠 수 있었다. 특히 그 2루타가 계기가 돼 그날 다저스와 1점차, 박빙을 승부를 펼칠 수 있어 기뻤다.”

-당시 류현진이 던진 구종은 직구였나?

“아니다. 체인지업이었는데 평소보다 높게 들어왔다.”

-메이저리그 투수 중 본인에게 가장 까다로운 이를 꼽자면?

“류현진이다. 개인적으로 좌완투수에게 강한 편인데 류현진은 구종이 다양한 것은 물론 홈 플레이트 양쪽을 넘나드는 제구력이 특히 좋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류현진과 클레이튼 커쇼가 가장 상대하기 까다롭다.”

-당신처럼 메이저리그 선수를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야구를 하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즐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과 학업이 우선시 되야 한다. 당신도 알겠지만 미국 내에서 프로에 진출할 수 있는 확률은 5% 미만일 만큼 어렵다. 게다가 프로에 지명을 받아도 부상을 당해 중도에 야구를 접을 수 있는 일도 생긴다. 그렇게 되면 일반인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데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만큼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아버지를 통해 이런 가르침을 배웠는데 항상 야구를 못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주로 휴식을 취하는 편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또는 놀이동산에 가서 놀이기구를 타는 것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동물원에 가는 것을 특히 좋아한다.”

-당신의 인터뷰를 옛 동료였던 추신수가 볼 수도 있다. 그에게 한 마디 한다면?

“추(신수), 잘 지내고 있지? 나, 프래지어야. 작년에 너와 같이 했던 악수 등 모든 기억이 다 그립구나. 추(신수) 너는 정말 훌륭한 야구선수야.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더 너와 함께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 계속 야구 잘하고 있어. 보고 싶고, 사랑한다 친구야.”

-끝으로 당신과 신시내티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올 해는 신시내티 주축선수들이 부상을 많이 당해 성적이 좋지 않다. 하지만 (웃으며) 신시내티는 분명 저력이 있는 팀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 우리 팀을 응원해주면서 야구경기 자체를 즐기면 우리 선수들도 필드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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