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gozo)한 브라질] 블래터 행성 월드컵? 오븐구이 월드컵!

입력 2014-06-16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英 가디언, 블래터 개그에 과학적 반격

중력 약한 달…선수들 공 줍다 과로사
섭씨 400도 금성선 오븐구이 될수도

지구가 아닌 달이나 화성, 금성에서 월드컵이 열릴 수 있을까. 황당한 소리지만,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수장이라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FIFA 제프 블래터 회장은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 하루 전에 열린 FIFA 총회 연설에서 “언젠가 다른 행성에서도 축구를 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행성간 월드컵이 열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물론 농담이겠지만, 세상에는 개그를 개그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블래터 회장의 농담이 ‘농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사뭇 진지한 어조로 분석했다.


● 달에서 축구? 볼보이는 과로사할 듯

먼저 달이다.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워 ‘교통비’가 적게 드는(?) 이점은 있겠지만, 축구를 하기에 좋은 장소인지는 의문이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지구에서처럼 공을 찬다면 매우 매우(much much) 멀리 날아갈 것이다. 어지간한 큰 축구장이 아니면 그라운드 밖으로 뛰쳐나간 공을 주우러 다니다가 90분이 지나가버릴지 모른다.

미학적인 문제도 있다. 스타플레이어들의 환상적 움직임을 달에서 기대하기란 무리다. 아폴로호의 우주인들이 45년 전에 이미 라이브로 보여줬듯, 달에서 축구 경기를 한다면 메시조차 하품이 나는 ‘슬로비디오 드리블’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화성은 어떨까. 화성에는 다행히 공기가 있다. 그러나 축구 경기를 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아마도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공을 차는 것보다 힘이 들 것이다.


● 금성 기온 400도…, 오븐 속에서 축구를?

지구와 중력이 비슷한 행성이라면 금성이 있겠다. 금성은 크기도 지구와 비슷하다. 심지어 대기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금성에선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날씨가 꽤 덥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더운가 하면 표면 온도가 섭씨 400도 정도 된다. 치킨이 구워지는 오븐 속 온도와 비슷하다. 설상가상으로 무시무시한 황산비가 쏟아진다.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될 것을 우려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전에 공이 흐물흐물 녹아버릴 테니까.

지구보다 중력이 강한 행성들은 어떨까.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중에서 고를 수 있겠다. 이들은 가스로 가득 찬 행성들로 지구보다 5배에서 11배 정도 크다. 축구장 지을 면적이 부족하지는 않겠지만, 킥오프를 하기 위해 공을 내려놓을 수조차 없을 것이다. 행성 전체가 거대한 가스 덩어리니까. 게다가 중력도 문제다.

목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2.5배 정도 세다. 무슨 상관이냐고? 브라주카를 목성에서 찬다면 축구공이 아니라 콘크리트 덩어리를 차는 지독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이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유로파는 북극처럼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곳이다. 미끄러움을 감수하고 축구를 한다고 해도 언제 얼음이 갈라지거나 깨져버릴지 모른다. 이오는 태양계에서 가장 화산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화산이 폭발하고 뜨거운 용암이 분출한다. 월드컵 개최지로는 최악이다.

명왕성은 어떨까. 달보다 중력이 약한 데다 끔찍하게 춥다. 표면 온도가 영하 230도다. 타원형으로 길게 공전해 명왕성의 1년은 지구에서의 248년에 해당한다. 4년에 한 번씩 월드컵을 개최한다면 992년을 기다려야 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