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와의 H조 첫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한국 시간) 대한민국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넬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우린 오랫동안 아시아의 강호로 자리 잡아왔고 월드컵에서도 단골손님이 됐지만, 본선 무대에선 늘 약체로 분류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리 주눅 들 필요는 없죠. 대회 초반부터 이변의 주인공이 된 코스타리카처럼, 우리 대표팀도 충분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사실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알기로 우리 대표팀의 목표가 지난 남아공대회보다 한 단계 위인 8강 진출이지만, 어느 누구도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거나 설정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게 16강이 될 수도 있고, 8강, 더 나아가 4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월드컵 주관방송사인 HBS를 포함한 외신들의 시각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태극전사의 주장으로 4강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홍명보 감독이 다시금 조국에 영광을 안길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한국축구가 위기에 빠진 것도 아니고 꾸준히 선전해왔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월드컵에서 ‘1보 후퇴, 2보 전진’의 공식에 따라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번 돌이켜볼까요? 1954년 스위스대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32년 만에 나선 멕시코대회에선 박창선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첫 골을 터뜨렸고, 불가리아와 무승부를 거두며 첫 승점을 기록했죠. 19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3전패로 탈락한 한국은 4년 뒤 미국에서 스페인과 독일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세계를 놀라게 합니다. 1998프랑스월드컵은 네덜란드전 0-5 참패와 차범근 감독의 해임이 이어진 악몽 같은 대회로 기억되지만, 2002년 우리의 큰 꿈이 이뤄졌죠. 2006년 독일에선 대회 초반 선전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탈락했으나, 4년 전 남아공에선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올랐잖아요.
그러니까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설사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게 되더라도 저는 그리 걱정하지 않을 겁니다. 5년 전 결성된 ‘홍명보의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월드컵이 되겠죠.
● 정훈채는?
FIFA.COM 에디터. 2002한일월드컵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 안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축구와 깊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후 UEFA.COM 에디터를 거치며 축구를 종교처럼 생각하고 있다. 국제축구의 핵심조직 에디터로 활동하며 세계축구의 흐름을 꿰고 있다.
쿠이아바에서